타인을 평가할 때마다 드는 생각

by 달빛소년

회사에서 '다면 평가'라고 부르는 서로 평가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상반기와 하반기 일 년에 두 번 합니다. '다면평가'는 상사, 부하, 업무 관계자, 동료 이렇게 대상자를 선정하여 익명으로 동료들끼리 평가를 진행하는데 취지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여 제대로 평가하자는 취지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명성은 보장되지 않고 서로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만 털어놓게 되어 회사의 분위기를 망칩니다. 그래서, 평가가 끝나고 결과가 공개되면 팀원들 사이에도 한동안 냉기가 흐르는 경우가 있으며, 좋지 않은 감정을 한꺼번에 다 털어놓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일 년에 두 번은 기분이 나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죠.



회사를 다니면서 다른 사람을 평가할 기회가 있다면 저는 가급적 다른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했습니다.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고 하는 평가에서도 좋은 평가를 준 이유는 그 사람이 잘한 이유가 아니라 최소한 나는 당신에게 관심이 많고 평가를 후하게 잘 줄 테니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과 개선할 점을 받아들여 행동과 변화를 자신에게는 보여 달라는 조용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대부분은 부정적으로 평가하니 긍정 평가를 더해 균형을 잡고 노력해도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네요. 사람들이 고치려고 노력해도 알아주지 않을 것이니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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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바람과 다르게 대부분의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믿습니다. 사람은 본래 변하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에 다른 사람을 바꾸려고 하는 부분은 굉장히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누군가 말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스스로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대하기 때문에 그런 성향이 평가에도 드러나죠. 저는 의도적으로 반대로 합니다.



바뀌지 않는 것은 알지만 평가를 잘 주면 모두가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누구보다 일을 못하고 커뮤니케이션에도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도 자신에게는 한 없이 관대하게 좋은 평가를 하고 타인은 현미경으로 분해하여 들여다보듯이 잘못했다고 평가합니다. 모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같이 지내면서 습관과 말투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저는 아직도 수행이 부족하여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경우에는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지만 성과에 크게 반영되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 대해 헌신해도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봤기 때문에 금세 회복합니다. 구체성이 떨어지는 피드백은 좋지 못하다고 생각하여 마주하는 자리에서 감정을 자제하며 이야기하는 편이라 드러나지 않는 평가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며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에는 애초에 조언하지 않습니다.



저조차도 사실 시시콜콜하게 친하게 지내지 못하고 인기 관리를 잘하지 못한다는 뜻인데요, 한마디로 나 좀 잘 봐주세요! 하며 애교를 떨고 다니는 양반은 못 되는 것이죠. 쓴소리는 꽤 잘 받아들이는 편이라 생각하지만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지 못하면 뒤에서도 이야기하기에는 부끄럽다고 생각해서 일 수도 있습니다. 정말 못하는 사람도 평가를 잘 주는 편이기에 제가 하는 평가가 공정하다고 볼 수 없지만 그냥 좋은 마음을 먹고 줍니다. 나쁘게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감추고 주는 것입니다.



몇 년 전에 이 평가와 관련된 굉장히 재미있는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익명성이 보장된 다면 평가를 진행했는데 상대방에 대한 객관식과 주관식 평가에서 사이가 좋지 않은 여직원끼리 서로에게 인신공격을 퍼부었다고 추측합니다. A와 B 라 칭하겠습니다. A는 허리가 좋지 않아 건강 상의 이유로 여러 번 휴직했던 사람이고 통증으로 서서 일하는 상황도 목격했고, B는 자녀가 셋이나 되며 잦은 육아 휴직으로 자리를 비운 적이 많았습니다. 둘 다 주위의 평판은 그리 좋지 못했고 상대방에게 대놓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스타일로 미움을 사는 편입니다.



일정에 맞춰 동시에 진행했던 익명의 평가 결과가 공개된 이유는 결과가 선을 넘는 결과에 누가 평가했는지 공개해 달라는 둘의 요청이 있었고 익명이라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합니다. 분노한 두 사람은 동료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퍼져 나갔습니다. A가 받은 평가는 아픈 거 맞는지 진단서 끊어 와야 한다, 회사가 놀이터냐 아프다고 쉬게, 결혼도 못한 사람이 밤마다 무슨 짓을 하길래 허리가 벌써부터 그 모양이냐, 춤추러 매일 클럽 가는 것 아니냐, 허리 잘 돌리냐 등 인신공격이 주를 이뤘습니다.



사람을 아무리 미워한다 해도 이렇게 까지 할 수 있나 싶었는데, 그것은 B도 마찬 가지였습니다. B가 받은 평가는 출산휴가는 너만 쓰냐, 못 생긴 것이 왜 이렇게 밝히니? , 이럴 거면 나가라, 너 때문에 피해 보는 사람들 생각 안 하냐 등의 또 입에도 담지 못하는 말이 주를 이뤘습니다. 익명의 단점만 가득한 평가였고 누가 그런 평가를 했는지 안 봐도 대충 알 것 같지만 두 사람은 몇 시간이나 회의실에 들어가서 언성을 높이더니 지금은 둘 다 사라지고 없습니다. 앞에서 못할 말 시원하게 난사하고 바람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극단적인 사례를 이야기했지만 익명의 악의적인 평가는 다른 사람에게 큰 상처가 됩니다. 수직적인 관계에서 관리자의 공정하지 못한 평가도 짜증 나지만 믿었던 동료들의 근거 없는 나쁜 평가는 분위기를 냉각시킵니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계기가 됩니다. 막상 당하고 나면 의지하고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히는 느낌이 있으며 내가 그렇게 잘못했나? 하는 자책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익명이라고 하지만 알려면 알 수 있고 객관적으로 상대방을 평가할 수 없다면 기분이라도 좋게 하는 것이 앞으로의 나에게도 좋겠다고 생각하는 주의입니다. 실제로 익명 뒤에 숨어서 비판하는 사람들을 보면 사이다 같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결국 화는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드러난 악의는 미움으로 돌려받습니다. 모두가 힘들게 다니는 회사 말이라도 기분 좋게 해 주면 어디 덧나나 생각도 들죠.



행복하다면 아무리 미워하는 사람도 생각하면 미울 뿐이지 별로 중요하지 않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됩니다. 이번 평가에도 여러 쓴소리를 듣겠지만 적어도 저는 다른 사람을 좋게 평가합니다. 다른 사람을 어떻게 평가하던 개인의 자유겠지만 적어도 스스로 행복하여 다른 사람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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