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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Aug 28. 2023

누가 내 일자리를 옮겼을까?

졸업 후 취업하지 못하는 ‘청년 백수’가 126만 명이라는 놀라운 소식을 접했다. 그중 63만 명 이상은 대학 졸업 후 취업하지 못했다. 이미 졸업한 사람도 괜찮은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절반은 사교육을 받고 학교에 간다.

공부 열심히 하면 좋은 회사에 갈 수 있다는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는데 취업을 위해 좋은 대학교를 가기 위한 목적 없는 공부는 계속된다. 주위에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지인이 있는데 아이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서울에 있는 이름 있는 영어 유치원은 170만 원 정도이며 서울, 인천, 경기의 평균 영어 유치원 비용은 100만 원이다. 요즘은 유치원에서 방과 후 수업도 해주는데 국어, 미술, 코딩, 체육 등의 활동을 추가하면 40만 원이 추가된다. 돈 없다고 힘들다는 말에 꼭 영어 유치원을 보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기지만 입 밖으로 꺼내면 좋은 일이 없기에 입을 꾹 닫는다.


5세부터 7세 졸업까지 영어 유치원을 보내면 약 8,00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초등학교는 학원 국어, 영어, 수학의 기초를 잡아줘야 하고 학교도 일찍 끝나기 때문에 학원에 보내야 한다. 태권도 학원까지 보내야 한다. 중학교, 고등학교가 되면 입시를 위한 본격적인 사교육에 발을 담근다. 기본 학원비가 30만 원이고 방학 때는 부족한 특강을 듣는다.


학교 교육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고, 맞벌이로 인해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학원으로 보내고,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을 이기기 위해 그렇게 학원으로 간다. 원래 집이 잘 살았던 집이나 빠듯한 맞벌이 부부가 사교육에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동안 주변에서도 대부분 이 정도는 하니까 우리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말을 해줄 수 없다.


아니, 무슨 1인당 월평균 실제로 받는 돈이 327만 원인 국가에서 버는 돈에 대부분을 사교육비에 써야 따라갈 수 있는 상황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20년 뒤에 뭐라도 되겠지 하고 가진 돈을 다 털어서 교육을 시키는 것이 도박과 다를까? 그렇게 성장해서 원하는 좋은 회사에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취업을 위해 학원, 도서관, 독서실 등에 다니며 취업을 위한 공부를 또 해야 한다. 사교육으로 엄청나게 돈을 많이 버는 스타 강사, 교육 업체를 보면  아이들과 청년들도 당신 교육을 받으면 그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냐고 진심으로 물어보고 싶다.


서울,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모여 사는데 괜찮은 일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경제 성장이 멈추자 기업들도 위축되었다. 공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할 때 많은 직원이 퇴사했고 지방의 병원에서 3억 원 이상의 엄청난 연봉을 준다고 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한 일은 사회의 시스템이 양극화로 치우친다는 소리다. 전문직과 괜찮은 회사에 일자리를 구한 사람들은 개천의 붕어, 개구리, 가재가 아닌 개천의 용이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과 정부와 정치권의 외국인 투자 규제와 각종 기업에 대한 규제로 서비스 산업이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 타다의 사례만 보더라도 기술의 발전으로 변화하는 택시 산업에 정부와 정치가 개입하자 혁신이 사라졌다. 사회는 정부와 정치보다 영리하다.


취업을 위해 대학교에 가는 상황에 당연히 서울, 수도권에 지방과 다르게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많으니 취업률이 높은 대학교를 가게 되고 자연스럽게 지역의 일 할 사람이 부족하고 몰락한다. 이런 상황은 한국 경제에 최악이다. 반도체, 제약과 바이오, 자동차, 선박 등의 지식 집약 상품들을 수출하여 먹고사는 나라다. 높은 수준의 학력을 보유한 지식노동자들이 필요하다.


지금 중소기업의 상황을 보고 청년들은 공무원 공부를 하거나 공공기관, 대기업을 바라보며 일자리를 벗어난다. 편한 일만 하려고 한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대학 졸업이 늦어지고 취업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힘든 만큼 보상이 없고 경력이 쌓이지 않은 일은 피할 수밖에 없다. 생산, 영업, 서비스 직무를 선호하지 않는데 지역을 벗어나서 일을 하라고 하면 차라리 알바를 하며 버틴다는 생각이다. 회사들의 위치가 교통이 매우 불편한 곳에 있는 것도 한몫한다. 전체적인 국가 경쟁력이나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이니 그들에게 아무 데나 가서 일하라고 강요하지 말자. 


자녀의 교육, 부동산과 도시의 절반도 안 되는 인프라를 고려하면 서울과 수도권을 벗어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없는 게 많으면 그만큼 생활의 불이익이며 생활 편의가 떨어진다. 직업하나 있으면 괜찮았던 시대에서 직업을 제외한 요인들이 삶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상황이다. 


당신의 일자리는 취업이나 사업을 위해 서울,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현상을 그대로 방치한 결과물이다. 많은 사람이 인프라를 불러오고 가득 차면 신도시가 생기고 인프라가 생긴다. 이런 비정상적인 밀집이 경쟁을 부르고 높은 집값, 사교육, 물가를 형성한다.


P.S. 몰빵은 언제나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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