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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May 17. 2024

일을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

[유연성과 자율성이 중요한 사회]


월급이 적을수록 일이 많고, 일이 빨리하면 일을 더해야 하는 이상한 회사 문화


갤럭시 성공 신화 고동진 삼성전자 전 사장이 전하는 일과 성공의 모든 것을 담은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는 ‘일을 잘하는 것이 곧 자기 계발이다’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이 문구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을 잘하고 싶어서 이 책을 읽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회사에서 ‘일’로 성공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석적인 책입니다. 사원에서 대표이사까지 오직 일로 최고 위치에 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조언과 따뜻한 말이 담겨 있습니다. 요즘 직장인은 여기저기서 노예라고 치입니다. 나는 가만히 열심히 일했는데 노예가 되었어요. 인생은 한방이라는 생각이 사회에 많이 퍼져서 그런 건지, 유튜브를 틀면 모두 성공하려면 사업을 해라 등 회사를 계속 다니면 무언가 크게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말합니다. 세금도 직장인 유리지갑만 털어갑니다. 사실 1년 365일 휴일을 빼고 매일 출근하는 건 엄청난 끈기와 성실함이 필요합니다. 대단한 일이지만 먹고살기 위해서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위로하여 지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어찌어찌 대학을 졸업하고 빠르게 취업하고 옮겨 다니다 여러 회사를 거쳤습니다. 업무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도가 높아서 항상 일을 더 잘하고 싶었습니다. 내 일뿐만 아니라 일 때문에 어려워하는 사람을 돕고 모두가 귀찮아하는 일을 먼저 나서서 했죠. 이 일도 해서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뭔가 더 잘하고 싶어서 평일에도 일하고 주말에도 일하며 기한을 맞추기 위해서 회사에서 밤을 새운 적도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적당히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결국 그렇게 일했던 회사를 떠나 다른 회사로 옮기게 되었죠. 이직이 필수인 사회에서 다른 회사에 가면 리셋될 노력은 물거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옮긴 회사에서 또 새롭게 노력해야 하니까요.


먼저 나서서 일을 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회사는 없습니다. 처음 하는 일은 잘하지 못했지만 주변에 물어서 잘할 때까지 인내하며 견뎠습니다. 오랜 사회생활 중에서 일을 친절하게 잘 알려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게 뭐라고 일을 잘 안 알려주려고 하는 사람이 많아요. 잘 알려주는 사람을 만나면 진심으로 감사해야 합니다.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일 잘하는 방법의 책도 많이 읽었습니다. 지금도 일을 하면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일을 시작하고 10년 넘는 시간을 돌아보면 지금은 처음보다 좋아졌습니다. 


경험이 곧 나의 실력이 된 것입니다. 매년 더 노력해서 지치지 않고 성장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주위에 열심히 하는 동료는 번아웃이 심하게 와서 회사를 그만둬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을 잘하는 것이 자기 계발이라고 하지만 그 동료는 일을 진짜 잘해요. 새벽에도 수시로 일을 하고 몸과 마음을 다합니다. 그 동료 앞에서 일을 잘하는 것이 최고의 자기 계발이라고 말하면 뺨을 맞을 것 같습니다. 또, 일을 잘한다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도 쉽지 않아요. 상황과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른 것이죠.


일을 하면서 경험한 모든 것이 성장의 기회가 되긴 합니다.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일을 한다고 말하는 것은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경험치도 쌓을 수 있습니다. 요즘은 일에 대해서도 조금 생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도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특히 팀장 이상의 상사나 같이 일하는 동료가 업무에 힘을 모아 서로 돕지 않으면 답답함 그 자체입니다. 생각보다 책임감 없는 사람이 많아요. 많은 사람이 나와 같이 동료를 도와주고 싶고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업무에 대해서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고 그렇지 않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세요. 일을 더 잘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현대 사회에서 일을 잘하려고 하는 것은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일을 잘하면 더 많은 업무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업무량이 비례적으로 증가하여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일은 팀에서 공평하게 나눠지지 않고 잘하면 상사나 동료들이 지속적으로 높은 성과를 기대하게 됩니다. 지속적인 압박감을 느끼게 하고, 심리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업무가 공평하게 나눠지지 않을 경우에 일을 잘하는 것에 비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곧 불만과 업무 의욕 저하를 불러옵니다. 업무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개인 생활과 업무의 균형을 유지하기 힘들어질 수 있어 회사 밖의 가족 또는 사회적인 관계가 흔들릴 수 있어요. 때론 이런 모임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힘들면 회사 밖의 관계에서 위로받을 수 있어요.


저 또한 회사와 조직에 무조건 충성해야 한다는 기성세대와 MZ세대가 공존해서 일을 하다 보니 그들에게 영향을 좀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읽어보세요. 좋은 책이지만 어느 정도 읽고 나면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 챙겨야 할 기본기가 정말 많다는 걸 느낍니다. 


일을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지만 일을 잘한다는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잘러의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P.S. 여러분들은 어떤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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