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걱정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by 달빛소년

[그 걱정, 지금 꼭 해야 해?]


회사에 그런 사람이 있다. 출근하자마자 한숨부터 쉬고, 회의 시작 전부터 벌어지지도 않은 일로 얼굴이 굳는다. 걱정을 하다가 잠을 못자는 날도 많아졌다고 한다.


"혹시 팀장님이 그 말 듣고 오해하면 어쩌지?"

"다음 주에 본부장이 또 무슨 말 할까 무서워."

"이번에 실적 안 좋으면 나 진짜 짤리는 거 아냐?"


AD_4nXcuwdecbCenXrkXe-JWBvMmv6WYpWqXoKtdxKBrsr7kl8BmT_fkIxMLcaCLeWq1poKwmmFiauXb6HhDQLBbBa3-aY9w3HSNT77aLKrt7SnpOJsxGPxN989kMMs3M_vp0gjQrMbF?key=NCBcPN55tSEqoUANxVVPjQ


걱정이 습관이 된 사람. 문제는 그 걱정이 대부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는 점이다.

아니, 어쩌면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일일지도 모르는데.

처음엔 그런 말을 들으면 같이 걱정해줬다.


"아냐, 그렇게까지는 안 할 거야."

"팀장 스타일 알잖아, 금방 잊어버릴걸?"

"요즘 누가 그런 이유로 짜르냐, 너무 나간 거 아냐?"


하지만 하루 이틀이 아니고, 매일 아침 그 사람은 걱정의 ‘신작’을 발표했다.

그게 현실이든 아니든, 중요한 건 항상 지금 당장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너무 답답해서 물었다.


"그 걱정, 지금 꼭 해야 해?"

"지금 아무것도 안 일어났잖아. 근데 너는 이미 결과까지 상상해서 멘붕에 빠져 있더라."

"그거 알아? 넌 ‘생각’이 아니라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는 거야. 아주 끔찍한 버전으로."


걱정 많은 사람에게 조언이란 조심스러워야 한다.

너무 직접 말하면 방어적으로 나오고, 너무 돌려 말하면 못 알아듣는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걱정도 에너지거든. 근데 넌 그걸 너무 일찍 써버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너 혼자 2시간짜리 드라마를 다 찍고 와서 탈진해 있더라고."

"그 에너지, 실제 문제가 생겼을 때 쓰면 안 될까?"

"너 요즘 보면 걱정하다가 정작 현실 대응은 놓치더라."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사실, 그 사람이 나였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걱정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걱정으로 스스로를 갉아먹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뭐든 미리 대비하면 괜찮아질 거라 믿었지만, 실은 그게 가장 비효율적인 삶의 방식이었다.

준비가 아니라 소진이었고, 책임감이 아니라 불안 중독이었다.

지금은 안다. 걱정을 줄인다는 건 ‘대충 산다’는 게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일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분리하는 일이라는 걸.

그래서 그 사람에게 다시 말해준다.


"너무 멀리 달려가지 마. 지금은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걱정을 줄이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는 방법]


많은 사람들은 예상 가능한 불확실성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미리 걱정하면 대비하는 것처럼 느끼니까 걱정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걱정은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뭔가 계속 생각하고 있으면 내가 그 상황을 다루고 있다는 착각이 들기 때문에, 실제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걱정을 하는 행위 자체가 행동처럼 느껴진다. 또한, 사회는 점점 복잡해지기 때문에 인류의 DNA에 박혀있는 생존 본능과 부정적 편향이 진화하여 신경써야 하는 것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걱정 많은 성향은 바꿀 수 없지만, 걱정에 대한 나의 대응은 기존과 다르게 바꿀 수 있다. 걱정이 나를 누르기 전에 걱정과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다. 성격에 대한 연구는 꽤 많다. 유전이 많은 영향을 준다는 사람도 있고, 환경이 더 많은 영향을 준다는 사람도 있다. 많은 연구들에서 성인 이후 성격은 주위 환경과 훈련으로 바뀔 수 있다고 한다. 이 방법은 코끼리처럼 무거운 걱정을 조금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첫째, 오늘 걱정 정리하기


걱정을 머릿속에만 두지 말고, 꺼내 놓아라


사람이 피곤한 건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일이 머릿속에서 계속 돌고 있어서다. 같은 생각을 하루 종일 끌고 다니면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래서 필요한 건 ‘걱정 정리’다. ‘회의 때 실수할까 봐 걱정됨’, ‘프로젝트가 잘못될까봐 걱정됨’, ‘이번 달 카드값 걱정됨’ 등 구체적으로 적는다. 막연하던 걱정이 구체화되면, 그 중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지금은 못 하는 일’이 나뉜다.


둘째, 걱정 대신 질문하기


걱정이라는 공포와 두려움에 끌려가지 말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라


걱정은 보통 “어떡하지?”라는 말로 시작한다. 단순 “어떡하지?”라는 질문은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는 질문이다. 진짜 중요한 건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어떡하지?” ->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조치는 뭘까?”

“망하면 어떡하지?” -> “만약,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나는 어떻게 복구할 수 있을까?”

“너무 늦은 건 아닐까?” -> “지금부터라도 바꿀 수 있는 게 있을까?”

질문은 걱정을 행동 가능성으로 바꿔준다. 사람은 답을 찾기 시작할 때부터 수동적에서 능동적으로 바뀐다.


셋째, 걱정을 희망으로 바꾸기


최악을 떠올리기보다, 최선의 가능성을 떠올려라


걱정하는 사람은 상상력이 좋은 사람이다. 다만 방향이 ‘부정적 미래’로만 향해 있을 뿐이다. 그 상상력을 이제 희망 쪽으로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 매일 저녁, 오늘 걱정했던 일 중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을 체크해 본다. 같은 상황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일부러 상상해본다. 중요한 회의에서 실수가 발생했지만 그나마 잘 끝났다면 “회의가 잘 끝나서 상사가 칭찬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떠올리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훈련하면, 뇌는 점점 덜 위협적으로 세상을 해석하게 된다. 불안에 길들여진 상상력을, 희망에 길들인 상상력으로 재설정하는 것이다. 걱정은 우리를 멈추게 하지만, 질문은 움직이게 하고, 희망은 다시 일어서게 만든다. 정리하고, 질문하고, 상상하라. 그게 걱정을 이기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P.S. 이 글 사람들이 많이 안읽을까봐 걱정이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MBTI, 네 글자에 나를 담는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