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데 익숙한 사람들]
“요즘 사람들은 진짜 인내심이 없어.”
“조금만 어려우면 금방 포기하더라.”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본다.
우리는 인내심이 없는 게 아니라, 도망치는 데 익숙해진 시대를 살고 있다.
선택지는 너무 많고, 속도는 너무 빠르다.
기회는 매일 열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실패의 증거도 눈앞에 쌓인다.
SNS에선 남들은 잘나가고, 나는 제자리인 것 같고,
조금만 늦어도 ‘이미 늦었다’는 불안이 목을 조여온다.
그럴 땐, 도망치는 게 차라리 쉬운 선택이 된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아도 되고, 비교당할 일도 없고, 무능하다는 말도 듣지 않아도 된다.
시작하지 않으면, 실패할 일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도망’을 합리화한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실패하지 않았는데도, 왜 우리는 자꾸 작아지는 걸까?
포기하지 않았다고 믿었는데, 왜 늘 제자리일까?
그건 어쩌면, 실패한 게 아니라 도망쳐서 멈춘 걸 실력 부족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지금도 그렇다.
계획을 세우고, 다짐하고, 마음을 다잡았는데,
막상 시작하면 생각보다 어렵고,
생각보다 느리고,
생각보다 내가 초라해 보였다.
그러면 금세 마음이 식었다.
‘아냐, 이건 내 길이 아닌가 봐’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
‘내가 하고 싶은 건 이게 아닌가 봐’
하지만 되돌아보면, 그건 다 도망에 붙인 그럴듯한 포장지였다.
시작은 했지만, 버티지 않았다.
도전은 했지만,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도망치는 습관은 무서운 게, 어느 순간 나를 규정해버린다.
'나는 원래 꾸준하지 못한 사람'
'나는 뭔가를 끝까지 해본 적 없는 사람'
그런 말들이 익숙해지고 나면, 새로운 시작이 아예 겁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르게 해보려고 한다.
목표를 멀리 세우기보다,
하루만 도망치지 않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조금 느려도, 조금 틀려도,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는 쪽을 선택해보기로.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습관이 나를 발목 잡고 있었다면,
이젠 그 습관부터 끊어야 하지 않을까.
P.S. 오늘도 나는 도망치지 않기위해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