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길 수는 있는가?
험담 피할 수 없는 줄타기
험담을 하다가 당사자에게 발각되거나 누가 내 험담을 했다고 전해 듣는다면 엄청난 배신감에 관계가 단절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충격은 얼마나 평소에 친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네요. 괜찮아 보이는 사람도 험담에 가담했다고 알게 되면 이미지가 순식간에 추락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험담은 정말 스릴 넘칩니다. 안 하는 것이 좋겠죠. 그러나,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사람과 교류하면서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뒤에서 안 하기는 정말 힘듭니다. 매일 아침마다 회사 동료와 대화를 나누는 저라도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어디까지가 험담이고 험담이 아닌지 고민합니다. 합리화일 수도 있지만 너무 깨끗한 물에 물고기가 살지 않듯 사람이 너무 도덕적으로만 행동하면 주위에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는 특히 다른 사람에 대해서 신경 쓰고 항상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하려는 자세가 항상 있거든요. 그래서, 남의 이야기는 특히 잘 듣고 궁금해하는 유전자가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꽤나 어린 시절 연상의 여자 친구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여자 친구는 무려 저와 나이 차이가 9살이나 넘게 났는데 연상이다 보니 저에게 삶의 지혜를 마구 알려줬습니다. 그중 하나가 친해지려면 남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인데 지나고 나서 제가 그 나이가 되니 지름길 같은 방법이긴 하더군요.
없는 자리에서는 험담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할 말 없으면 남 이야기를 하는 것이 대화를 풀어나가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보일 수 있지만 걸렸을 때 감당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말은 한 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고 하듯이 깨진 인간관계와 신뢰는 다시 회복할 수 없습니다. 험담을 하는 사람은 한 사람만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험담을 듣는 사람도 '저 사람이 어디 가서 내 이야기도 하고 다니나'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켜 스스로 무덤 파는 것 아닐까요? 대학 동기들끼리 서로 친하게 지내다가 어느 순간에 누가 너 욕하더라라고 당사자에게 말하는 순간 파탄난 경우가 있어서 더욱 와닿네요. 물론 누가 너 욕하더라라고 말하는 당사자와의 인간관계는 즉시 정리해야겠지만 없는 자리에서 험담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인이기에 사람이 싫어도 앞에서 말했을 때 받아야 하는 불이익과 손해를 모두 감내해야 합니다. 그만큼 상대방에게 공통적으로 아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둘만의 비밀을 공유하는 것처럼 공감대 형성과 마음 맞는 사람에게 스트레스 해소라는 가치를 주니까요. 보통의 조직 문화에서 선배는 매우 감정적입니다. 그렇기에 업무와 상관없는 부분을 업무의 영역으로 끌어와서 평가하기도 합니다. 걸리면 회사에서 불이익과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이 소문이라도 나면 정말 회사를 떠나야 할 정도로 부끄럽죠.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
사람인지라 그런 자리에 휩쓸려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중의적인 표현으로 상대방이 주도적으로 이야기하도록 합니다. " 아 그렇군요. " "그런 일이 있어요?"하고 맙니다. 아무래도 인간 불신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험담이 아닌 방향으로 유도하죠. 때로는 없는 자리의 사람을 칭찬하기도 합니다. 근데, 또 이게 스스로 뒷담을 하더라도 심하지 않은 선을 잘 판단해서 표현하면 분명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이게 무슨 뒷담이냐 그냥 이야기를 한 것이지라고 넘길 수 있습니다. 그냥, 앞에서 웃고 뒤에서 욕하는 수준만 아니라면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난과 비판을 구분하는 것처럼 비판은 사람을 성장시키며 실제로 비판이나 비난을 앞에서 하면 대부분은 화를 내거나 관계가 틀어집니다. 일종의 과격하지 않은 하소연은 자기를 어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험담에 대한 다소 끔찍한 기억
오래전 기억이지만 다니던 회사에 아주 마음에 드는 후배가 들어왔습니다. 그 후배는 성격이 좋지만 부당한 것에 참지 못했습니다. 동료 중에 정말 누가 봐도 성격이 이상하고 일을 하지 않고 성과만 가로채려는 직원이 있었는데 모두 그 직원과 교류를 싫어하고 같이 일하기 힘들어했습니다. 팀장은 매우 이뻐했죠. 의도야 어떻든 누군가 주도적으로 팀장을 빼고 만든 사내 채팅방에서 그분의 이야기와 그분을 감싸주는 팀장에 대해서 험담을 했습니다. 쿨하다고 생각하는 신조어와 ㅋㅋㅋ를 잔뜩 섞은 가벼운 말은 당사자들을 빼고 모두를 친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몇 개월 뒤 팀 회의를 하는 상황에서 팀장이 부당하게 업무를 나눠주다가 그 후배에게 과도하게 업무가 갔고, 습관처럼 우리가 대화를 나누던 단체 대화방이 우연히 그곳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의 노트북이 TV 모니터에 연결되어 팀장이 보게 되었죠. 그래서, 그 자리에서 팀장은 이게 무슨 짓이냐며 소리를 지르며 엄청나게 화를 냈습니다. 결국 그 후배를 불러서 경위를 묻고 혼을 냈습니다. 실수로 노출된 대화 저 같으면 그냥 모르는 척 지나가면서 유머스럽게 저 다 봤어요 ㅋㅋㅋ 하면서 넘겼겠지만 누구나 그렇게 쿨하지 못하니까 결국 험담을 한 것이 걸린 직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자발적으로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꼰대처럼 하지 말라고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그것도 적당히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걸리지 않게 잘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