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같은 자리에서 빛을 내는 사람들

일상 에세이 : 세밀한 행복

by 박매력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일상이라는 그림 속에 갇혀 배경이 되어 버린 사람과 스스로 빛을 내어 별이 되는 사람.

배경이 되는 사람들의 표정은 늘 한결같이 따분해 보인다. 반면 스스로 빛을 뿜어내는 사람들의 표정은 늘 활기차고 생기가 넘친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꽤 오래 통원치료를 다닌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데스크에서 접수를 담당하던 간호사 선생님은 내가 그 병원에 다닌 지 며칠 만에 나의 이름과 얼굴을 외워 병원에 도착할 때마다 나를 알아봐 주었다. 물론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녀는 그녀가 담당하는 환자 대부분의 이름을 외웠을 것이다. 내가 데스크 앞에 도착해 채 이름을 내뱉기도 전에 그녀는 “안녕하세요, 박혜진 님. 접수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밝게 웃어주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병원이라는 공간을 정말 싫어한다. 아픈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그럴까, 병원에만 가면 평소보다 더 아픈 것 같고, 어딘지 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선생님을 알게 된 후 병원에 도착해 데스크를 향할 때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조금씩 빨라졌다.

그녀와 내가 나눈 대화는 ‘접수해 드릴게요, 진료실로 들어가세요, 다음 예약을 언제로 할까요.’와 같은 짧은 몇 마디뿐이었지만 그 형식적인 물음과 대답에도 그녀에게선 늘 다정함이 묻어났다.

치료를 모두 마치고 보험사와 합의가 되어 마지막 진료를 받던 날 나는 그녀에게 감사함 마음을 꼭 전하고 싶었다. 전날 밤 손글씨로 꾹꾹 눌러쓴 짧은 편지와 함께 병원 근처 스타벅스에서 기프티 카드를 샀다.

그렇게 마지막 진료를 마치고 병원을 나서기 전, 나는 데스크 앞에 서서 수줍게 카드를 건네며 말했다. “선생님, 설 연휴 잘 보내세요.”


짧은 카드 안에는 ‘그동안 감사했어요. 늘 같은 풍경일뻔했던 병원에서 선생님의 따듯하고 다정한 인사를 만나 지난 몇 달간의 진료가 너무 즐거웠습니다. 지금처럼 늘 밝게 빛나주세요.’라는 작은 감사와 그녀에 대한 찬양이 담겨있었다.

차를 타고 집에 가고 있는데, 병원 예약 번호로 문자 한 통이 와 있었다.

‘박혜진 님, 편지 너무 감사합니다. 감동이었어요. 마지막 진료라니 아쉽네요. 늘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라고 적혀있었다.

스치는 인연도 충분히 눈부실 수 있다는 걸, 잊을 만할 때 즘 이렇게 깨닫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일상이 조금 더 풍요로워지는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웃으면서 독설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