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는
일주일에 한 번 분리수거를 할 수 있다.
오래된 아파트라
단지 내 지상에도 주차를 할 수 있는데,
매주 수요일 이른 아침이면
경비 아저씨께서 경비실 옆 주차 공간을 정리하신다.
그곳은 나란히 다섯 대 정도 댈 수 있는 자리.
모든 차가 빠지면
종이, 플라스틱, 캔, 병 등을 나눠 담을 수 있도록
분리수거용 마대를 펼쳐놓는다.
주민들이 쓰레기를 버릴 수 있게
하루를 준비하시는 거다.
추운 한겨울이 아닌 이상
그 자리는 항상 만석이다.
지하주차장과 엘리베이터가 연결되어 있지 않은 구축 아파트라,
지하로 내려가는 건 꽤 번거로운 일이기도 하니까.
봄이 살짝 스며들던 어느 화요일 저녁.
퇴근하고 단지에 들어서니
마침 지상 주차 공간에
딱 한 자리가 남아 있었다.
하필이면
경비실 옆 그 다섯 자리 중 하나였다.
나는
‘내일 아침엔 일찍 나가니까
분리수거 펼쳐지기 전에 차를 빼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주차를 했다.
다음 날, 출근길.
차를 향해 걷는데
경비 아저씨와 또 다른 아저씨 한 분이
내 차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분은 내 앞유리에 붙은
휴대전화 번호를 보고 있었다.
어라?
내가 늦은 건가?
차 주변을 둘러보니
그 구역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차는
내 차뿐이었다.
나는 서둘러
차를 향해 달려갔다.
경비 아저씨께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를 외치며
차에 타자마자
재빠르게 시동을 걸었다.
그때.
조수석 유리창 너머로
경비 아저씨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뵙네요.
반가워요. 천천히 빼세요, 천천히.”
출근길,
아저씨의 미소와 함께
내 귓가를 오래도록 맴돈 말은
“반가워요.”였다.
반갑다.
이 말을 나는
살면서 얼마나 들어봤을까?
특히 이런 일상 속에서는
꽤나 낯설게 느껴지는 말이다.
누군가를 작정하고 처음 만나는 자리,
그 앞에서 조심스레 인사를 건네는 상황에서도
“반갑습니다”라는 말을
내가 했던 적이 있었던가?
혹은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던가?
Hi.
How are you?
Nice to meet you.
안녕, 영희야?
안녕, 철수야.
만나서 반가워!
나도 반가워.
익숙하지만
어쩐지 종이가 더 익숙한 낯선 말.
반갑다.
누군가 나를 보고
“당신을 만나서 기쁘다”고 말해주는 일.
그 단어 하나가
이렇게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걸
나는 몰랐다.
새삼스럽게도
그 한마디가
가슴에
짙은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