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일도 살거니?

매일 살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의 글

by Seriel J

'선생님... 아셔야 할 것 같아서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연락했어요. 아정이 자살했대요...'

꽃 같던 20대.
뭣 같은 학비가 없어 밤낮 가리지 않고 교육 사업에 종사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만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정이를 잃었다.

정확한 새벽 2시 17분.
시기에 따라 찾아오는 불면증은 그날따라 유난히 지독했다.
자는 온도가 맞지 않나 싶어 찬 물 몇 번 들이키고 거실에 덩그러니 놓인 갈색 소파에 이불 한오라기 덮지 않고 몸을 뉘인다.
서늘한 서걱거림이 느껴지더니 귀에는 끽끽거리는 소리와 떨거덕 거리는 소리가 쪼개지듯 들리더니 이내 몸은 소파 밑을 파고든다.
그 때다.
'띠링'
그날, 그 메시지음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불안함이 가득한 소리에 가위눌림에서 벗어났고 미친 듯이 널뛰는 뇌와 심장은 나의 불안도를 높여줬다.

자살.
자살.
자살.
몇 번이나 되뇌었다.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했다.
선명히 찍힌 이름과 부고.
가위눌림에서 깨지 못해 꿈이 아닐까 싶어 머리도 때려보고 뺨도 때려본다.
자살.
분명 그 단어였다.
미친년처럼 기워입은 복장으로 장례식장에 들어갔을 때 어머님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텅 빈 눈빛.
그렇게 나는 외삼촌에 이어 제자를 자살로 보내야 했다.

트라우마는 짙다.
그날 이후, 가급적 핸드폰은 무음으로 둔다.
울려대는 알림음이 공포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끝.
감정과 생각의 추억의 무게를 내려놓는 끝.
한 순간에 내려버리는 끝.
끝을 향해 가고 있는 여정을 눈치채지 못한 스스로가 원망스러웠고 지금도 그 일렁임은 마음의 돌이 되어 나를 누른다.
'표현할 수 없는 혼란이 있었겠지.'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있었겠지.'
한 번씩 찾아오는 이런 생각들은 나 또한 끝의 여정으로 밀어붙인다.
골짜기의 끝에 서면 걸리는 얼굴들이 많다.
그것이 동아줄이 되어 다시 세상을 붙잡는다.

14층에는 성범죄자가 산단다.
이웃 아파트에도 범죄자가 살았는데 초등학생들의 성화에 살 수가 없다고 민원을 넣었단다.
저들도 살겠다고 밥을 처먹고 민원실을 기웃거리는데 뭐가 그리 급해서 나를 떠났나.
뭐가 그리 심심해서 내 머릿속을 맴도는가.

어제는 세상과 단절했다. 소통을 끄고 온신경을 나의 휴식에 집중했다.
오늘은 씁쓸히 웃었고 내일은 활짝 웃으려나.
이 하루가 연장될지, 마침표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질문을 던져본다.
'너 내일도 살거니?'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선택이다.
살지 말지. 버틸지 말지.

난 자책한다. 그들의 침묵을 가볍게 넘긴 것 같아,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아 자책한다.
무수히 스친 순간들을 자책한다.

'너 이현정. 내일 살거니?'
'응. 죽고 싶지만 아직은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아.
복수하고 싶은 사람들도 많아. 아직은.
조금 더 살아볼게.'
이 와중에 누구한테 복수를 꼭 하고 죽겠다는 나 자신이 참 징그럽다.
다들 조심하시라. 귀신이 되라도 갚아줄 것이다.

'너 이현정. 어떻게 살래?'
무게를 나누는 사람으로.
많이 듣는 사람으로.
그리고
함께 걸어주는 사람으로.

난 그렇게 살기로 나와 합의 봤다.

자야겠다.
내일 미사 가야 한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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