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기 위해 메시지를 읽지 않습니다.

by Seriel J

쌓여가는 메시지들.
확인하기 싫은 부재중 전화들.
읽지도 않고 꾹 눌러 '읽음 처리'.
확인하지도 않고 쓱 내려 '지우기' 클릭.

미간에 두 줄을 세운다.
다이애나비가 그랬던가.
'인생은 하나의 여정이다.'라고.
짧을지 길지 모르는 그 여정 속에 타인을 소거하는 시기가 스며들었다.
궁금하지 않아 확인하지 않는다.
확인하지 않아 연락은 줄고 만남도 줄었다.
'왜 점점 더 벽을 쌓지?'
한때는 이런 생각도 해봤다. 아주 잠깐.
그렇게 사람을 좋아하고 세상을 사랑했던 내가 손바닥 뒤집듯 변했으니.
이 변화가 버겁기도 하여 스스로를 의심했다.
'이대로 둬도 괜찮을까?'
'나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이대로 둬도 될 것 같고 나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나에게 불어 온 이 바람 덕분에 타인이 차지했던 방을 비우고 청소한다.
그 방을 내게 주어 나 자신과 친해질 준비를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타인과 관계를 맺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나의 마음 서재에 케케묵은 먼지 쌓은 생각들이 조용히 고개를 든다.
나는 어떤 상처가 있는지, 그 상처의 밀도와 농도는 어떤지, 나는 어떤 순간에 행복한지.
어떤 공간에서 어떤 음식을 먹는 걸 좋아하는지.
타인이라는 조각에 맞추느라 대충 넘기고 대충 관대했던 감정들이 문을 두드린다.
여러 가지 감정들이 초인종을 누르고 쾅쾅거리며 두드리고 지진을 일으킨다.
그제야 알게 된다.
나는 나를 참 몰랐다.
나는 나를 참 막 대했다.

타인 속에서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참 애썼다.
나를 지우고 타인을 선명히 해주는 것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
내가 지워지고 있는 줄은 모르고.
내가 뒷걸음질 치고 있는 줄은 모르고.
내가 나를 등한시 한 날에는 형용할 수 없는 공허함과 갈증이 찾아왔다.

의도적 거리.
나를 위한 거리.
나를 위해 긋는 선.
좀 더 선명하고 진하게.

나를 다시 되찾아야 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흘려버린 나를 다시 찾아야 했다.
그렇게 '나를 찾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여행자의 삶.
영롱하고 고결한 이 시간들.

핸드폰을 손절한다. 손에서 내려놓는다.
큰 일은 알아야 하니 진동 모드 정도면 알맞다.
늘 그랬듯 처음은 어색하고 불안하다.
하지만 그 불안의 바람은 곧 지나간다.
그 바람이 머문 자리에는 내가 있다.
딱 이 정도의 온도, 딱 편안한 자세에서 오는 느낌,
좋으니 괜히 반복해서 떠오르는 얼굴들.
그렇게 나는 가엾기 그지없던 나를 품으로 끌어와 안아준다.

문을 닫고 걸어버린 자물쇠가 차다.
이 차가움이 그대들에게 상처가 될까 두렵고 미안하다가도 결국 나는 내게 머물기로 했다.
내가 지고 가야 하는 하나의 여정이기에.
나를 지켜보는 그대들의 속은 오죽 답답하겠냐만은 알고 있다. 그 지켜봄도 사랑이라는 것을.
나의 속도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기다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이 여정이 끝나는 길목에 그 어떤 것보다 빛나고 가치 있는 선물 꾸러미를 들고 갈 것이다.

늘 옳은 선택은 없다.
모든 것은 공존하고 공존하기에 고통이 따르고 고통이 따르기에 행복도 느끼는 것이다.
그러니 마음의 풍향계를 따라가 본다.
이 여정은 고독하다.
지고 가고 이고 가는 십자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다.
모든 관계는 나를 비롯하여 시작되므로 나부터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내 하루는 조용해서 행복하다.
그 하루에는 나와 나뿐이라 오히려 수월하고 괜찮다. 거짓을 고할 이유가 없어 늘 솔직하고 정직하다.
'타인과 좀 더 진실된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라고 이제야 비로소 뉘엿뉘엿 생각이 스며든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해.
나는 오늘 또 문을 닫고 자물쇠를 채운다.
대신 내게 최고의 식사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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