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부자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안다.

by Seriel J

'응답하라' 시리즈를 참 좋아한다.
좋았든 나빴든 지난 이야기들에 시간이라는 이불이 덮이면 아스라이 한 점이 되어 추억이 된다.
추억을 회상하는 것을 좋아해서 회상형 드라마 또한 좋아하나 보다.
극 중, 덕선의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다.
"지금은 모를 거다.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지."
학창 시절, 이런 말씀을 하시는 선생님이 꼭 계셨다.
학업에 파묻혀 살던 시절, 공부라곤 거들떠도 보고 싶지 않았다. 어서 자라고 싶었다. 아르바이트도 마음껏 하고 직장을 다니며 어른 행세가 하고 싶었다.
현실은 냉담했다. 혹은 비참하고 참혹하기도 했다.
사회의 때가 묻고 벗겨도 벗겨도 벗겨지지 않는 그때는 나를 괴롭게 했다.
그 괴로움은 갈증이라는 마을을 만들어 나를 고립시켰고 그 갈증을 해소하는 수단은 결국 공부가 되었다.
결국 자발적으로 펜을 들고 공부를 하는 사람이 되었다.
공부할 시간이 부족할 때쯤 이런 생각을 한다.
'학교 다닐 때가 좋았지.'
거쳐간 선생님들의 전담 멘트를 내가 뱉었다.
분명 같은 말인데 받고 이해하는 시점은 다르다.
그저 스쳐 지나갔던 말이 시간이 덮이니 마음에 박힌다. 결국 경험이다.
나만의 이야기가 쌓여야 비로소 의역이 가능해진다.
좋았든 나빴든, 그 이야기들은 내 삶의 언어다.

막연했다.
지금도 딱히 안정권에 진입했다 자부할 수는 없지만 나의 진로가 또렷하게 보이기 전까지 나 또한 참 막연했다.
인생은 크거나 작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에 따른 후회들은 조금 더 큰 의미를 깨닫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경험은 직접 발로 뛰고, 직접 머리와 심장으로 느끼는 것이기에 배움의 축적 공정이다.
그러므로 단 한순간도 버릴 것이 없다.
일분일초로 쪼갠다 하더라도 매 순간 배움은 존재한다.

경험 부자들은 절실한 진실을 느낄 때가 많다.
풍파라는 표현이 과언이 될지언정, 풍파를 겪어 본 사람들은 타인의 말들을 뻔한 조언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절실한 공감으로 느낄 때가 많다.
같은 말을 들어도 그들에게는 농도와 밀도가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다양한 감정과 이해관계는 말의 무게를 증감시킨다.
그 자체가 아닌 삶의 영위와 함께 완성된다.
본인이 걸어온 삶의 방향계에 따라 의미를 받아들이고 또한 뱉는다.
비록 속도는 느릴 수 있다. 그만큼 무겁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코 늦은 것이 아니다.
가장 적절한 순간을 위한 주춤 거림일 것이다.
시기의 적절함을 깨달은 사람일 것이다.

과거의 현재의 시, 공간 속에 경험이 숨 쉰다.
경험 부자가 되시라.
매사 풍성한 혹은 풍요로운 의미 속에 하루를 사시라.
문득 뒤돌아 걸어온 길과 현재를 마주했을 때,
밀도와 농도가 높은 사람이 되시라.

결국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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