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설계가 잘못된 조직에서 구성원은 안정지향으로 움직인다.
곧 평가보상 시즌이다. 인사 일을 하면서 제일 답답한 시즌이기도 하다. 통상 한국 대기업은 11월부터 업무가 일시정지되고 빠르면 다음해 1월, 늦으면 다음해 3월까지 개점 휴업 상태이다. 정확히는 일을 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는 현상 유지 상태에 들어간다. 일종의 동면이랄까? 물론 대기업이라면 현상유지 자체도 꽤나 어려운 일이기에 아예 가만히 있는 것과는 다르다.
조직에서의 평가는 보상의 크기와 가능한 정확하게 수학적으로 연결되었을 때 의미가 있다. 올해 열심히 일했고 좋은 성과를 냈다면 기대하는 수준 이상의 보상(진급, 보너스 등등)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어떤 조직들은, 어쩌면 다수의 조직들은 올해 성과의 크기로 변화되는 보상의 크기를 설명하지 못하는 보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조직 단위로 부여되는 성과급과 개인의 작년 연봉의 몇 %로 계산되는 보상이 과연 올해 얻어낸 성과를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까?
가상의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단위 조직 내에서 S-A-B-C 평가 배분률을 10-25-50-15 로 규정하고 있다. S등급을 받으면 당해 연봉의 20%를, B고과를 받으면 당해 연봉의 5%를 보너스로 지급한다. 사원~차장까지 10명으로 구성된 팀이라면, S는 1명, A는 2~3명, B는 5명, C는 1~2명이 으로 분배할 것이다.(팀의 성과에 따라 A 3/C1, A2/C2에서 유동적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조직에서 대리가 최고 고과를 받기는 어렵지만 가상의 사례이니 팀에서 대리가 S를, 차장이 B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 대리 보너스 : 연봉 6,000 만원 * 20% = 1,200만원
- 차장 보너스 : 연봉 10,000 만원 * 5% = 500만원
조직과 리더 관점에서 보면, 대리가 차장보다 2배 이상의 보너스를 받았으니 2배 정도 더 크게 인정을 해줬다고 생각할 수 있다.
과연 대리 입장에서도 그럴까? 업무 현장에서는 아닌 경우가 너무 많다.
일반적이 조직에서 대리가 S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와 차장이 B(평고과)를 받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그려보자. 대리는 1년 동안 고군분투했고, 차장은 평범하게 1년을 보냈을 확률이 높다. 이 과정에서 차장을 바라보는 대리의 마음은 "나이도 많고 연차도 높으면서 놀고 먹는다"에 가까워진다.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쉬워보이고 자신의 일은 어려워보이는 것이 보통이기도 하고 시니어들은 분주하게 일하지 않기도 한다.
평가는 S를 받아서 신났던 대리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1년 간 고군분투한 자신과 1년간 놀고 먹은 차장의 보너스가 700만원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미, 연봉과 보너스가 비밀이라는 것이 무의미해진 세상이다. 매년 2월 블라인드에는 우리나라 주요 기업의 보상 설계가 공공연하게 오픈된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도 S를 받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달라는 리더의 말에, 대리는 어떻게 반응할까?이런 계산이 돌아갈 것이다.
- 대충 일한 차장의 보너스 : 500만원 - 죽어라 일한 나의 체감 보너스 : 900만원
(S고과 보너스 1,200 만원 - B고과 예상 보너스 300만원) = 900만원
"죽어라 일하면 400만원 더 벌고, 대충 일하면 200만원 덜 받는다고? 그럼 왜 열심히 일해야 하지?"
300만원을 따놓은 당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계산의 오류는 맞으나 자신의 보상과 관련된 계산을 할 때 의외로 많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더라. 가만히 있어도 받는 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속한 조직의 보상 체계가 당해의 차별화된 업적에 강하게 연동되어 있지 않고, 연차, 직급, 진급, 형평성 등에 연동되어 있다면 한 조직에서 매년 꾸준히 최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개인 입장에서는 ROI가 낮은 행동이다. 2년 ~3년 정도 최고 고과에 도전해서 진급을 노리고 그 이후에는 올라간 기본급을 바탕으로 이직을 하는 것이 '몸값'을 높이는 최적의 경로이다.
이 문제는 현장의 리더가 풀 수 없다. 해줄 수 있는 약속도 제시할 수 있는 카드도 없기 때문이다. 고성과자에게 파격적인 보상, 저성과자에게는 실질 임금 하락에 가까운 파격적인 보상이 없다면 조직은 빠르게 "모두가 적당히 일하는" 모습이 된다. 많은 대기업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