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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선수에게 느낀 성공적인 실패

by 혀크크

사람들은 누구나 핑계를 가질 자격이 있다.

타이밍이 아니었고, 상황이 그랬고, 준비가 덜 됐다고 말하면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 말은, 참 그럴듯하다.

나도 그렇게 살아왔다.

시도하기 두려운 순간마다

‘지금이 아니야’라며 스스로를 설득했고

그 핑계는 나를 다치지 않게 해주는 보호막이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야구선수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도전 이야기를 접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 중 하나였던 그는

이미 나이 서른을 넘긴 시점,

모든 걸 내려놓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보장된 미래 대신,

보장되지 않은 가능성 하나에 모든 걸 걸었다.


그 선택은 사실은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이었다.

KBO에 남으면 많은 최초의 기록들을 세울 수 있으며

그는 충분히 인정받는 선수였다.

메이저리그에 가지 않아도 누구도 비난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굳이 왜 거길 가느냐’는 말들이 더 많았다.

“이제는 늦었어.” “지금 커리어도 충분히 멋져.”

그가 핑계를 대려고 했다면,

수백 가지는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로 떠난 그의 꿈은

세상 기준으로 보면 무모했고,

누군가는 ‘실패’라고 불렀다.

짧은 기간, 성적도 기대만큼은 아니었기에

결국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본 나는

그 이야기를 결코 실패라고 부를 수 없었다.


그는 핑계를 대지 않았다.

자신의 기회를 스스로 좁히지 않았다.

그리고 도전했고, 끝까지 부딪쳤다.

비록 화려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나는 그 안에서 ‘성공적인 실패’라는 말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됐다.


성공은 결과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때로는 실패를 감당할 용기 그 자체가

가장 큰 성공일 수 있다.

양현종은 그렇게,

내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실패’라는 단어에

성공의 무늬를 새겨 넣었다.


그를 보며 문득 나 자신을 돌아봤다.

내가 꿈꿨던 무대, 하고 싶었던 일들,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라는 말로 스스로를 가둬왔던 시간들.

양현종이 보여준 도전은

그 모든 나의 ‘핑계’들을 조용히 무너뜨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놓친 것들은

‘못 했던’ 것이 아니라 ‘안 했던’ 것들이었다.


이제는 안다.

가장 실패하는 사람은

결과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

시작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그리고 나도 이제

내 무기를 조금씩 내려놓기로 했다.

핑계라는 방패를 벗고

부딪쳐보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어떤 야구선수의 ‘성공적인 실패’는

나에게 한 가지 확신을 던져주었다.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절반쯤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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