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신비감은 매력을 더해준다

by 노을 강변에서

변함없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대중스타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신비주의를 유지하는 것이다.


누군가에 대해 모든 것을 알게 되면 궁금증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관심까지도 사라진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 관리에 능한 대중스타들은 자신의 흑역사를 철저히 감추고, 뭇사람과 구별되는 신비적 요소를 죽는 날까지 유지한다.


신비감은 비밀과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아이 엠(I am)』의 저자인 미카엘 크로게루스와 로만 채펠러는 “나만의 비밀을 가져라. 비밀이 없으면 평범해진다. 비밀이 많으면 신비로우며 남과 차별되고 특별해진다”고 주장한다.


남녀 간의 연애에서도 적당한 비밀은 신비감을 주며, 이런 종류의 신비감은 매력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연애 상대에게 편안함을 느낀다면 상대방의 신비감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증거이며, 생리작용을 거리낌 없이 할 정도로 편해졌다면 부부가 아닌 이상 헤어지기 직전의 상태라고 보아야 한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연애의 고수들은 자신의 신비감을 끝내 유지하며, 상대가 지루함을 느낄 때쯤이면 신비감을 조금씩 풀어내며 끝내 매력을 잃지 않는다.


적절한 신비감은 매력을 더해주는 역할에 그치지만, 신비감이 일정 단계를 넘어서면 모든 이를 압도하며, 넘볼 수 없는 신비감이 거듭되면 경외의 대상이 된다.


신비감은 비범함을 드러내는 확실한 수단임이 분명하지만, 때론 생존에 필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인 유종원(柳宗元)의 작품에 나오는 ‘검려기궁(黔驢技窮)’이라는 말이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검주에 사는 당나귀의 재주’라는 뜻으로 하찮은 기량을 비웃는 말이다.


지금의 귀주성을 옛날에는 ‘검(黔)’이라 했는데, 이 지방에는 원래 당나귀라는 짐승이 없었다.


어떤 사람이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당나귀 한 마리를 사서 배에 싣고 왔으나, 어떻게 기르고 무엇에 쓰는지 몰라 난감해하다 일단 마을 근처 야산에 풀어 놓아 기르기로 했다.


원래부터 그 산에 살고 있던 호랑이도 당나귀를 처음 보았는데, 귀가 크고 체구가 웅장하여 감히 접근하지 못하고 한동안 지켜보았다.


며칠 동안 당나귀를 관찰하던 호랑이는 당나귀에게 별다른 위협적 수단이 없음을 알고, 마침내 당나귀 주위를 돌며 공격하는 시늉을 하니, 당나귀가 유일한 방어수단인 뒷발질로 호랑이를 걷어차려 했다.


img.jpg 검려기궁을 묘사한 그림


호랑이는 비로소 당나귀의 재주가 고작 그것뿐임을 알고 당나귀를 덮쳐 잡아먹었다.


당나귀가 자신에게 위협적 무기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며 끝내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다면 호랑이에게 먹히지 않았을 것을, 섣불리 실체를 드러내는 바람에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생존을 위한 비밀 유지는 적대적 관계에서나 필요한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오히려 친밀한 사이에서 더욱 필요하다.


사람 간의 관계란 작은 돌멩이 하나에도 흐름이 바뀌는 골짜기의 물과 같아서 손익에 따라 언제든 돌변할 수 있고, 그 경우 한때의 친근함을 믿고 털어놓은 비밀이 후일 자신을 공격하는 치명적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은 까닭에 영원히 전능의 신으로 머물 수 있는 것이며, 별빛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머나먼 곳에서 빛을 발하는 까닭에 신비로운 것이다.


마술사들이 사소한 기법은 의도적으로 공개하면서도 큰 기법은 절대 공개하지 않듯, 인생의 최후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비장의 카드를 마지막 순간까지 꺼내 보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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