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 친정이 되었다.
명절을 앞둔 마트 안은 인산인해였다.
카트끼리 어깨를 부딪치는 소란함 속에서도
우리 부부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번 설에는 김천에 사는 여동생 부부가
올라오기로 했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지금,
동생에게는 오빠인 내가 있는 이곳이
유일한 '친정'이다.
서로를 향한 배려는 장을 보기 전부터 시작되었다.
여동생은 새언니가 힘들까 봐
미리 전화를 걸어
"언니, 이번에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정말이에요!"라고 신신당부를 했단다.
그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던 아내는
동생에게 "아가씨도 부담되게 뭐 사 오지 말구 빈손으로 편하게 와"라며 따뜻하게 답했다.
둘은 만나기만 하면
대화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참 잘 맞는다.
내가 그 모습이 보기 좋아 옆에서 "둘이 정말 잘 통하네?"라고 한마디 던지면,
“어이구, 오빠는 참 눈치도 없다! 동생이 오빠 잘 좀 봐달라고 새언니인 나한테 맞추는 거잖아!”
아내의 능청스러운 장난에
나는 머쓱하게 웃고 말았지만, 사실 안다.
아내가 여동생을 위해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이번 명절을 준비하고 있는지.
카트 안에는 이미 이 서방(매제)이 좋아한다는
잡채 거리가 한가득이다.
'생활의 달인'에 나왔던 만두집에서 공수한 만두부터, 장모님이 직접 뽑아주신 가래떡,
단골집의 진한 사골 육수까지.
지금 우리 집 주방은 전 부치는 고소한 냄새와
불고기 재우는 냄새로 가득하다.
엄마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게,
아내는 기꺼이 동생의 '친정엄마'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
텅 빈 집으로 동생을 맞이하지 않게 해 주려는
아내의 속 깊은 배려 덕분에,
이번 명절도 우리 집은 시끌벅적하고
온기 있는 '진짜 집'이 된다.
문을 열고 들어올 동생 부부를 맞이할
풍성한 음식 냄새는,
아마 '사랑'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충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