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모닝, 그리고 기적은 없었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는 게 기적이다.
미라클모닝, 그리고 기적은 없었다.
작년부터 우리 회사는 유연출퇴근제를 시행하게 되었다.
나는 첫 째가 유치원에 가는 것을 보고 싶어서 팀장에게 부탁을 해 10시까지 출근을 하면서
매일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여유롭게 출근을 하고는 했다.
(1시간 늦게 출근하고 들었던 뒷말은 언급하지 않겠다.)
그 때는 잠도 8시까지 잘 수 있었고 나는 원래 잠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라
회사 근처에 살면서 출퇴근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지난해 나는 남양주로 이사를 결정하게 된다.
집에서 회사까지 왕복 64Km 내가 야탑동 살 때에는 열흘간 이동했던 총 거리만큼
매일 이동하게 되었다.
이곳에서도 첫째와 시간을 보내고 등원을 도와주기로 마음먹고 며칠을 했는데
출근시간이 오전 8시 30분이다 보니 차도 너무너무 막히고
요즘같이 장마로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2~3시간 걸리기 일쑤였다.
나는 세상에서 지각이 제일 싫은데 지각을 2번이나 하게 되고
세 번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아예 일찍 출근하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다.
처음에는 6시에 일어나 출근을 했다.
그런데 월요일에는 토평IC에서 수도권제1순환선으로 진입하는 구간이 자주 정체되어
기왕 아침 일찍 일어났는데 교통체증이 없는 시간에 출근하고 싶어 졌다.
그래서 5시 30분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6시 전에는 출근하게 되었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니 저녁형 인간이니 하는 이야기는 다 X소리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기 때문에 저녁에 늦게 자면 늦게 일어나고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난다.
밤에 일하면 효율이 올라간다는 말은 밤 되면 방해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효율이 올라가는 것이지 밤이라는 시간이 주는 것은 영향이 적다고 생각한다.
올빼미족인 내가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밤에 가끔 울리는 알람도 일체 없기 때문에 효율은 아침이 더 좋다고 하겠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에 능률이 오른다는 사람은 어쩔 수 없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고 기적이 일어날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적은 없었다.
그냥 아침 일찍 일어나 교통체증을 피해 1시간 30분 거리를 30분 만에 도착하고
일주일에 책 1권 읽기도 벅찬 내가 1주일에 2~3권씩 책을 읽고
책은 고사하고 블로그 글 쓰기도 힘겨워하던 내가 척척 글을 쓰는 것 빼고는 바뀐 것이 없다.
하루에 출퇴근 시간을 1시간 절약하고 1주일에 책을 2권 더 읽고 매일 글을 쓰는 건 기적이 아니다.
하지만 이 루틴이 6개월, 1년이 지속되면 나는 남들보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쓰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남들보다 아주 조금 더 영리해지고 날카로워질(부정적인 날카로움이 아니라 엣지 있다는 의미)것이다.
물론 넘사벽 천재들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같이 부족한 사람도 성공할 기회를 맞이할 수 있으리라.
미라클모닝에 기적은 없지만 적어도 기적을 바라볼 수 있는 기본자세는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일찍 일어나 유튜브 보고 게임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 스스로에게 피드백을 주고 잘된 점 잘못된 점에 귀를 기울이고 개선해 가는 노력을 아침에 반복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진정 기적으로 향하는 루트가 아닐까?
2020.08.11
웰스트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