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7
깡패처럼 몰려다니는 쓸모없는 대답들
정작 대답이 필요한 질문들은 밀려나 묻혀버린다.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는 관성에
하나 둘 이상증세가 발생하자
언어장애라는 진단이 내려진다.
슬프지만 한결같이 기쁜척하는 얼굴들
화가 나지만 익명이라는 표정의 가면을 뒤집어쓴다.
감정을 표현하는 일련의 작용이
티 나게 삐걱거리자
양극성 장애라는 진단이 내려진다.
먹고사는 문제가 언제나 최우선이라
하루하루가 사냥터를 헤매는 배고픈 토끼의 일상이다.
핏줄이 터진 세상은 마냥 붉은색이다.
덫을 피하고 이빨을 피하고 총알을 피해야 한다.
새소리 듣지 못하고 꽃냄새 맡지 못한다.
눈부신 햇살에 숨은 차가운 그림자 보일까
쉴 새 없이 눈알을 굴리자
강박증과 신경쇠약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원인 따위 관심 없다는 의사가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처방전을 준다.
환자라는 이름이 붙자
내 몸과 정신이 병들었다.
형형색색의 독들이 병원을 만들고 있다.
병원은 빈자리 없이 만원(滿員)이다.
+) 윤동주 시인의 '병원'이라는 시에서 Motive를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