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죽

by 김재호

분홍색 외투를 입은 어머니의 손가락.

꽁꽁 여민 옷깃 속 얼굴이

한겨울 바싹 마른나무의 시무룩한 표정을 닮았다.

반백년을 길들여도 남아있는 칼날의 본성.

이제는 무뎌질 만도 한데

흐릿해진 시야를 틈타 이빨을 드러냈나 보다.


사건의 전말은 그랬다.

일찍 도착한 배고픈 손녀와

단단한 껍질 속에 숨은 달콤한 호박죽.


후룩 후루룩 호박죽 안에서

어릴 적 빨아먹던 쇠막대의 맛이 난다.

래진 입술 날름거리며 아이가 잠들고

둘러앉아 과일을 먹는 동안

설거지는 내가 하기로 했다.

엄마의 얇은 외투가 젖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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