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서성거리던 시선
비에 젖진 않았어.
처음엔 서로가 충분히 어두웠거든.
구름이 운명을 연주하자
갑자기 켜진 조명에 눈이 멀었어
낮과 밤을 오해할 만큼.
양손으로 놀란 눈 달래자
노란 나비를 물고 있는
검은 새 한 마리가 보여.
눈물 참으며 나비를 응원했지만
달과 별을 숨긴 손길은 냉정했어.
탁한 한숨 속 피어난 하얀 국화
빗물 따라 꽃잎들 산산이 흩어지고
나무들도 바람들도 이제는 지쳤는지
온몸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해.
아직도 어두운데, 이렇게 세차게 비가 오는데.
하룻밤의 추억 말고 내일도 함께 하면 좋을 텐데.
병든 다리 비 오는 날엔 펴지지 않아
창문 한 편에 손끝으로 꾹꾹 눌러
이름만 적어 보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