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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Jun 25. 2022

상담 전화

선생님, 안녕하세요?     


, 어머님. 안녕하세요? 거의 두 달 만에 전화드렸네요. 잘 지내셨죠?     


, 선생님. 우리 애가 선생님 속 많이 썩이죠?     


아니에요. 말도 잘 듣고 숙제도 잘해 와서 힘든 거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전에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지아라는 친구하고 계속 다툼이 생겨서 전화드렸어요.     


네?     


그게... 지아라는 친구가 좀 성격이 사납기도 하고 이기적인 편이거든요. 학기 초에도 그 지아라는 친구가 자꾸 괴롭히는 모습이 눈에 띄어서 괜찮은지 연락드렸었잖아요. 그런데 최근에 부쩍 또 그런 모습이 목격되어서요. 집에서 별다른 이야기 안 하던가요? 친구가 못살게 군다고.     


네. 그게...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운 좋게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예정이에요. 지아 그 아이 곧 전학 가거든요. 여름 방학하면 서울로 전학 간다니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이게 참 저도 초등학교 교사로 20년을 넘게 근무하면서 그렇게 유별난 아이는 처음 봤다니까요. 부모님이 딱히 가정에서 교육을 안 시키나 봐요. 외동딸이라 그런지 버릇도 없는 편이고 해서 수시로 주의를 준다고 줬는데도 보통내기가 아니라 제가 보고 있을 때는 순진한 척, 착한 척하다가 제 눈 밖으로 벗어나면 여지없이 본성이 드러나나 봐요.     


그렇군요. 그 친구가 곧 전학 간다니 반 아이들도 그렇고 선생님도 다행이시겠어요.     


그럼요. 2학기 되면 반 분위기도 훨씬 좋아지겠죠. 그나저나 그 지아라는 친구 서울 가면 잘 적응할지 모르겠어요. 거기 가면 지 성격 다 받아주는 친구들이 없을 텐데 왕따라도 당할까 봐 좀 마음이 편하지만은 네요. 그나마 저랑 우리 반 애들이 착해서 지금까지 큰 사고 없이 넘어갔지 다른 반이었으면, 어휴.     


, 뭐 그쪽 부모님들이 어련히 잘 알아서 하시겠죠.     


그게 글쎄... 어머님만 알고 계세요. 그 부모님들이 돈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학교 교육보다는 사교육에 집중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렇다 보니 공부만 잘했지 친구 관계가 엉망이에요. 아버지 직업은 의사고 어머니는 변호사라던데 어쩌면 그 애 부모님들도 성적만 좋았을 것 같아요.     


,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아무튼 1학기 금방 끝나니까 아무런 걱정하지 마시고요. 또 상담할 때가 되면 연락드릴게요. 열심히 애들 챙길 테니까 마음 푹 놓고 맡겨주세요.     


, 선생님. 근데 저 지아 엄마예요.     



네? 잠시만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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