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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Jul 11. 2022

편지

편지가 왔다.

그녀에게서 그리고 나에게서.     


한 글자 한 글자

무심한 편지는

그녀와 나의 애틋했던 사랑이야기를

유행가 가사처럼

들썩들썩 흥얼거린다.     


영원이라는 단어가 조각조각 부서진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눈물 위로 떠오른다.     


3개월 전 우리는 이별했다.     


삶을 놓아버리고만 싶었다.

살아있음이 불안했다.

부서진 마음을 다시 붙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어둠 속으로 가라앉던 나를 간신히 추스르고

가까스로 올라와 다시 숨을 쉬었다.     


그런데 편지가 왔다.

그녀에게서 그리고 나에게서.

사랑한다.

나도 영원히 사랑해요.     


뿌리쳤던 그녀의 손길이 느껴진다.

한숨으로 밀어냈던 그녀의 향기가 폐를 채운다.

하늘만 바라보며 모른 척했던 그녀의 뒷모습이 눈에 맺힌다.     


왜?

끝난 줄 알았던 사랑이

온전하게 해낸 줄 알았던 이별이

도돌이표를 마주치자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편지 한 통이

나를 과거로 내던진다.     


눈 내린 겨울밤.

캐럴이 울리는 깊은 산속 작은 펜션.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에 

묻혀있던 짧은 순간.

‘느린 우체통’에 함께 넣은 편지 한 통.


6개월이 지나

편지가 왔다.

그녀에게서 그리고 나에게서.


편지가 

시간을 꿰뚫고

공간을 굴절시켜

거대한 신기루를 만든다.  


휘몰아치는 태풍을 이겨내지 못하고

겹겹이 쌓아놓았던 벽들이

또다시 무너진다.


스멀스멀 고통이 기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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