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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Jul 18. 2022

전설의 비결

그동안 날다 긴다 하는 영업의 귀재들 사이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남게 된 비결이 뭡니까?     


하하. 전설이라뇨. 과찬이십니다.

비결이라.......

뭐, 이제 은퇴를 했으니 공개를 해도 되겠군요.

사실 저는 고객과의 중요한 미팅 날짜가 잡히면 일을 좀 꾸몄습니다.

목적은 하나였지만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죠.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미팅 날짜에 맞춰서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예를 들어 

가벼운 자동차 접촉사고, 

갑작스러운 배탈,

학교에 있는 아이에게 열이 난다는 담임선생의 호출,

점심 먹고 잠시 눈을 붙였는데 시간이 훌쩍 흘러가버린 상황,

고장 난 차 때문에 평소에는 막히지 않던 길 위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경우.

이런 예상치 못한 일들을 일어나게 만드는 거죠.     


누구한테 그런 일이.......?     


저를 만나기로 한 당일 날 

고객들에게 벌어지는 일들이죠.

그러면 그들은 저와의 약속 시간을 지키기 못하게 됩니다.

늦게 오면 늦게 올수록 효과가 좋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커지니까요.     


그럼 일부러 그런 일을 겪도록 만드셨다는 건가요?     


네.      


고객 모르게요?     


네. 물론이죠.

모두 제가 협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방법이었죠.

저는 기다립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고, 세 시간이 지나고,

결국 미안한 얼굴로 그들이 나타나면

애매한 표정을 지어줍니다.     


어떤?     


그 상황에서 그냥 사람 좋은 얼굴로 허허 웃으면서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

라는 말을 뱉어버리면 모든 계획을 망치는 겁니다.

‘갑’은 ‘을’ 앞에서 본인의 실수를 빨리 덮고 싶어 하는데

그 말을 듣고 나면 자신의 행동을 즉시 

정당화하거나 잊어버리는 거죠.     


보통 영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으레 그러지 않나요?     


그러니까 제가 남다른 성과를 낸 겁니다.

불편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기분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느끼는 불편이라야 합니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약속 장소가 음식점이었다면,

'맹물'만 들이켜서 그런지 입맛이 좀 없군요.

약속 장소가 호텔 커피숍이었다면,

커피만 들이켰더니 오늘은 '야근'을 해도 쌩쌩하겠네요.

이런 식인 거죠.  

실적이나 노력 그리고 허비한 시간들에 대한 뉘앙스를 

은연중에 풍기는 게 중요합니다.


아. 조금 감이 잡힙니다.

고객이 '갑'이긴 하지만 

스스로 무언가 '보상'을 해줘야겠다는

심리 상태로 몰아간다는 거죠?


역시 이렇게 금방 이해하실 줄 알았습니다.

영업적 'Sense'가 상당히 훌륭하신데요? 하하.     


별말씀을요.

그런데 방법이 좀.......     


‘비겁’하다고요? 맞습니다.

그런데 사회자님,

저한테 칭찬받고 나니까 그 단어가 입에서

잘 안 나오죠?     


네. 그렇더라고요.     


그게 다음 전략인 '케이크 데커레이션'입니다.

미안한 감정 위에다가 

가볍지만 달콤한 칭찬을 슬쩍슬쩍 곁들이는 거죠.

그러면 그 협상에서 제가 승리할 확률이

순식간에 두 배 가까이 올라가버립니다.

마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줄다리를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경기에 참가했으면 일단 이기고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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