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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Jul 30. 2022

선물


내 얼굴을 처음 본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놀라서 피하거나

놀라서 얼어버리거나.     


지금까지 손가락에 꼽을 정도지만

무덤덤하게 대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칼을 쓰는 즉,

의사나 깡패를 업으로 삼은 소수의 고마운 그들.     


커다란 흉터는

오른쪽 입 꼬리에서 시작되어 콧등을 지나 왼쪽 눈 밑으로 이어진다.

날이 흐리거나 밤에 더 짙어지는

길고 어두운 그림자다.     


그 그림자는

거칠었던 과거

피할 수 없었던 사고

한순간의 실수

신의 저주

인과응보

등등

수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유를 설명할 기회는 없다.

나 역시도 포기한 지 오래다.


장애인들을 폄하할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일종의 장애로 이해하는 편이 편하다.

그게 솔직한 내 심정이니까.     


좋은 첫인상은 고사하고

굳이 가까이해봤자 본인만 피곤해지는

그런 불필요한 영역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다.     


내 얼굴을 쳐다보길 꺼리다 보니

상대방의 눈을 마주 보며 대화하기가 힘들다.

오갈 곳 없이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면

나까지 정신이 사나워진다.

그렇게 인상이라도 쓰게 되면

주변 온도가 급격히 싸늘해진다.     


특히나

어린이

어린이와 함께 있는 어른

혼자 있는 여성

여성끼리 있는 여성을

마주치게 되면

입장이 더욱 난처해진다.     


한 번은 술을 마시고 공중 화장실을 가는데

앞서 가는 여성이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더니

꽥 소리를 지르며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경찰 조사까지 받아야 했다.     


성형수술도 고려해 봤지만

내 형편으로 감당하기에 비용이 너무 컸다.

그리고 어차피 완벽하고 감쪽같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하니

그냥 버티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정말 뜻하지 않게 모든 게 바뀌었다.     

당당히 거리를 활보해도 눈길을 끌지 않으며

사람들이 내 눈을 바라보며 말을 걸어오고

내가 다가가도 소리치거나 도망가지 않으며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 있어도 괴물 취급받지 않는다.

    

몇몇 여성은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접근한 적도 있다.

평생에 이런 날들이 오리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눈만 뜨면 밖에 매일같이 밖으로 나갔고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환하게 미소 지을 수 있었다.     


도서관이나 버스, 지하철 등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도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내 옆에 다가왔다.     

하지만 이렇게 누리던 생활이 점점 위협받고 있다.


내 기도와 눈물 섞인 원망을 듣고

하늘이 내려주신 감사한 나날이었는데

결국 예전처럼 되돌아갈 것 같다.     


신이 다시 나를 버린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남들과 똑같이 평범하게 살고 싶다.

마스크를 벗고 싶지 않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같은 조건이 되길 희망한다.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가 계속 창궐했으면 좋겠다.

어디에서든 누구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사는 세상이

계속 지속되면 좋겠다.


신의 선물을 허무하게 빼앗길 순 없다.


오늘도 나는

코로나에 걸린 사람의 마스크를 열심히 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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