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천국이라고 해서 무한정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리가 나야 그다음 대기자에게 입장권이 주어진다.
천국에 들어가는 기준은 절대 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이다.
통상적으로 하루 동안 죽은 자들 중 약 10%만
천국의 입구에 줄을 설 수 있다.
생전의 삶에 대한 평가와 함께 운도 따라줘야 한다.
전쟁이 발발하거나
전에 없던 치사율 높은 질병이 유행하면
천국으로 갈 수 있는 확률이
급격히 줄어든다.
아무리 바르게 인생을 살았더라도
여간해서는
중간 세계 혹은 지옥행을 피할 수 없다.
천국이라고 해서 다 같은 천국이 아니다.
천국에 입장해서
처음 마주하는 건물의 1층에 들어가면
머리 위에 헤일로가 하나 씌워지고
30년마다 환생을 하게 된다.
환생해서 새로운 삶을 살다가 죽으면
다시 행로가 정해진다.
천국 1층에 거주했던 사람이
다시 천국으로 오게 되면
천국 2층으로 배정받게 되고
머리 위에 두 개의 헤일로를 쓰게 된다.
반면 어떤 이유로든 지옥행이 결정되면
헤일로가 사라지고 중간 세계에서 떠다녀야 한다.
환생을 기다리면서.
3층에서 환생했다가
지옥행이 결정된 경우라면
2층으로 내려가야 한다.
강등이다.
3층
4층
올라갈 때마다 헤일로가 하나씩 더해지며 머리가 무거워진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높은 층으로 올라갈수록
인구밀도가 급격히 낮아진다.
5층부터는 별도의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별 심사 사원들이 그간의 행실을 처음부터 끝까지 낱낱이 살펴서
입장 여부를 결정한다.
5층에 오른 자가 환생하였다가
지옥행이 결정되면
4층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5층에 머물게 된다.
그렇게 3번의 기회가 추가로 주어진다.
일종의 특권이다.
건물의 꼭대기는 10층이다.
10층에 사는 사람들은 힘과 권력을 가지게 된다.
예를 들면 신에게 부탁해서
지옥에 있는 사람을 천국으로 데려올 수 있다.
총 9명까지 가능하다.
자, 여기까지가 천국의 ‘가’ 동에 대한 설명이었다.
‘나’ 동은 ‘가’동 10층 거주자 중에서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투표로 선정된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곳이다.
그렇게 뽑힌 사람은
‘나’동 1층에서 머물게 된다.
입장과 동시에 9개의 하얀 헤일로들이 사라지고
금빛으로 빛나는 하나의 헤일로가 머리 위에 씌워진다.
일종의 계급장이다.
‘나’ 동도 10층짜리 건물이다.
‘나’ 동에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환생 시 원하는 인생을 지정할 수 있다.
삶을 사는 동안에는 잊어버리게 되지만
죽고 나면 다시 기억나게 된다.
‘나’동 10층에 오르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들을 이겨 내야 한다.
그중 9층에서 10층으로 올라가려면
일 년에 딱 한 번 룰렛을 돌려야 하는데
당첨 확률이 0.00001%이다.
‘나’ 동에서 ‘다’ 동으로 이주하기 위해서는
‘나’동 전체 거주자들의 동의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다’ 동은 생긴 지가 얼마 되지 않아
빈자리가 그나마 좀 있는 편이다.
‘다’ 동에 들어가면
원할 때 원하는 인생으로 환생이 가능하다.
마치 휴가를 받아서 잠시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그리고 지옥에 있는 사람들 중 99명까지 천국으로 데려올 수 있고
‘가’ 동에 있는 사람들 중 99명을 지옥으로 보낼 수 있다.
‘라’ 동은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완공까지는 500년 정도가 남았으나
‘다’동 사람들은 벌써부터 분주하다.
입주 조건이 아직 발표되지 않아
소문만 무성하다.
투표, 추첨, 점수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그렇게 흔한 방법으로 결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몇몇은 어떤 특권을 받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하는 눈치다.
지옥도 천국과 똑같은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저승 개발공사 홍보팀-
최근에
아이가 전생과 환생에 대해 관심을 갖길래
둘이서 저승을 개발 중입니다.
오류와 미진한 부분이 많겠지만
그러려니 해주세요.
'라'동 분양권이 필요하신 분이라면 더더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