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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Apr 29. 2022

전설의 보물

  전설 속의 보물들이 수천 년간 잠들어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고분. 정말 왕의 직접 사용했던 검과 갑옷이 있는지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지만, 누군가가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고서적에서 대략적인 위치와 입구를 알아냈다. 그 사실은 보물 찾기에 진심인 사람들 사이에서 비밀스럽고 조심스럽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다수의 사람과 Team들이 호기롭게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몇몇은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그렇지만 용기와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 자들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호기심과 일확천금에 대한 기대감으로 꾸준히 고분의 문을 드나들었고, 그 위험성을 정부와 언론에서 수차례 경고했지만 딱히 막을 방법은 없었다.     


  우리는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공들여 이번 일을 준비했다. 고분 속에서 각자 어떻게 행동할지 그리고 보물을 찾으면 어떻게 분배할지까지 낱낱이 토론하고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고분에 들어갔던 사람들의 진술과 경험담도 충분히 듣고 분석했다. 실패하더라도 좋은 경험으로 남을 테니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에서 값비싼 술과 음식도 나눠서 먹었다. 이제 결전의 순간이 다가왔다.     


  초반에는 비교적 할만했다. 선배 탐험가들의 조언은 큰 힘이 되었고, 단단한 결속력은 한 걸음 한 걸음 미지의 보물을 향해 다가가는데 큰 힘이 되었다. 군데군데 앞서서 들어왔던 자들의 안타까운 흔적들도 눈에 띄었지만 그것들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누구도 다다르지 못했던 문 앞에 섰다. 앞으로 얼마를 더 가야 할지 가늠이 되지는 않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큰 성과이다. 하지만 이제 이 문이 열리면 우리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     


  의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그냥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돌아갔다가 재정비를 하고 다시 오는 게 어떨까요? 이미 준비해 온 것들을 많이 써버려서 이 문 뒤에 있을 무언가에 대비할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서네요.”

활을 잘 쏘는 명사수와 단도를 잘 다루는 여자가 의사의 말에 동의하며 거들었다.

하지만 나머지 네 명은 강력히 반대했다.

“무슨 소리예요? 우리 끝까지 가보기로 하고 뭉친 거잖아요. 이제 와서 그런 소리를 하다니 믿을 수가 없네요. 나약한 소리 하지 마시고 계속 가요.”     


  각자의 의견을 내세우며 옥신각신 하던 와중에 불을 담당하던 아름다운 여자가 다수결로 하자고 했다. 계속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면서 말싸움을 하고 있을 수는 없느니 뜻을 모아 찬반 투표가 진행되었다. 결과는 계속 가자는 의견이 넷, 돌아갔다가 다시 오자는 의견이 셋. 


  그렇게 문을 열기로 결정했고, 가장 힘이 세고 맷집이 좋으며 각종 무기를 잘 다루는 건장한 사내가 문손잡이를 잡았다. 다들 마른침을 삼키며 팽팽해진 긴장감을 버텨냈다.     


  끼이익 덜컹


  문이 열리자 딱히 손 쓸 틈도 없이 문을 열었던 사내의 온몸이 초록색을 띄며 썩어 문드러졌다. 몇몇은 놀라 뒤로 물러났고, 의사는 황급히 도움을 주기 위해 다가섰지만 이미 팔과 다리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상한 사내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아무도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자 맹독은 흩여져 다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문을 열고 더 전진하자고 했던 사람들을 향해 비난이 쏟아졌다. 그들 때문에 한 명을 잃었고 그를 대신할 팀원이 없으니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며 소리쳤다. 상대방도 화가 나서 맞받아쳤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서 다수결에 따라 결정한 것이므로 책임은 모두가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싸움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그때. 문 안 쪽 깊숙한 곳에서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낮고 긴 소리가 들렸다. 하나가 아니었다. 어둠에 가려져 있었지만 수십수백 마리로 추정되었다. 우리는 숨을 죽이고 서로의 눈을 쳐다보았다. 가장 재빠른 내가 들어왔던 입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하자 모두가 내 뒤를 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뒤처졌던 돈 많은 남자의 비명이 들리고, 연이어 하나씩 하나씩 발자국 소리가 줄어들었다.      


  어느새 내 등 뒤로도 짐승들의 헐떡이는 소리가 바짝 쫓아왔다. 

이렇게 끝나는구나. 열심히 준비한다고 했는데, 이 정도 훌륭한 인원들이면 해 낼 줄 알았는데, 왕의 보물을 얻어서 더 강해지고 싶었는데. 허무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서서히 입구가 보이고 있다. 실낱같은 희망이 솟으려는 찰나 갑자기 땅바닥이 얼굴을 덮쳐온다. 다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머리에 다다르기도 전에 한쪽이 떨어져 나간다.     


  그렇게 우리는 전멸했다.     

  역시 새로 오픈한 인스턴트 던전 레이드는 쉽지 않다.



<작가의 꿈보다 해몽>

게임 속 세상은 이제 현실과 동떨어져서 볼 시대가 아니라고 봅니다.

경제적인 규모는 말할 것도 없고, 일부러 시간을 할애하면서 몰두하는가 하면, 집단을 갖추고 그 세계 안에서 세력을 만들기도 하니까요. 저도 몇 년 동안 WOW라는 게임에 푹 빠져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끼니도 거르면서 레벨업을 하고, 더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 밤을 새워 던전을 돌았었죠. 지금도 다시 하라고 하면 예전 추억을 떠올리면서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신 그때의 끈끈했던 길드원들을 다시 만나기는 어렵겠죠. 말 나온 김에 잠시라도 머리를 식혀줄 만한 신선한 게임이 있는지 스토어를 뒤적거려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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