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과 건강

by 김재호

앉아 있다가 일어나려면 귀찮더라고

그래서 앉지 않고 600년을 버텼어.


몸속 생겨난 작은 구멍이

점점 자리를 잡는 것을 모른 채.


눕는 건 쉽지만 다시 몸을 일으키는 건 짜증 나더라고

그래서 그냥 600년을 서 있었지.


그저 키가 자라고 몸이 커지는 것에 심취해서

보이지 않는 구멍 속으로 내가 사라는 것을 느끼지 못했어.


나는 그렇게 영원히 우뚝 서 있을 줄 알았어.


한 줄기 강풍에 쓰러져 스스로 일어나지 못할 때가 되어서야

쓰러진 몸 아래 작은 것들을 처참하게 깔아뭉갤 때까 되어서야

너무 크고 무거워 누구도 일으켜 세워주지 못할 때가 되어서야

나는 깨달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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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600년 된 전나무_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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