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진

by 김재호


인간이 행하는

비현실적인 것들의 감성은

가을 길옆 흩어지는 갈대의 냄새를 닮았다.


광기(光氣)를 구걸하며 어둠 속으로 뻗은 손

공허함을 허무함으로 채우려는 욕심

날카로운 칼날이 육신의 좌우를 갈라놓아도

이미 헝클어진 삶까지 자르기엔 무디다.


시작이 그랬고 오늘도 그랬듯

뒤처진 오른발을 왼발 앞으로 보내는 행위는

앞선 왼발을 오른발 뒤로 감추는 비겁함보다

처절하고도 힘겨울 것이다.


기약 없는 길 떠나기 전

주린 입에 쑤셔 넣은 붉은 고기 한 조각

끝내 삼키지 못하며 흘리는 눈물은

내일을 기억해서인가

핏빛 달콤함에 취해서인가.


가을 길옆 갈대가 흔들린다,

흐트러짐 없이 한 방향으로

모두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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