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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May 11. 2022

부부에게 필요한 것

“오늘 모신 특별 게스트는 부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다툼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템과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서 대박을 터뜨리신 주식회사 신혼부부의 김주승 대표님입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네. 안녕하세요. 김주승이라고 합니다.”     


“요즘 워낙 인기가 많으셔서 방송 출연 문의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네. 그렇긴 한데 제가 워낙 매스컴 타는 것을 싫어해서요.”     


“그러시군요. 그런 와중에 저희 라디오에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에게 할애해주신 시간이 얼마 없어서 바로 질문으로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표님의 첫 작품이 양면 양말로 알고 있습니다만 혹시 탄생 비화 같은 게 있을까요?”     


“맞습니다. 양면 양말을 시작으로 사업이 잘 풀렸습니다. 뭐 비화까지는 아니고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까? 남자들 양말 뒤집어 벗는다고 아내들한테 얼마나 많은 잔소리를 듣습니까? 그래서 저도 견디다 못해 신을 때 아예 뒤집어서 신어 봤습니다. 그러면 벗을 때 제대로 되니까요. 아내도 만족해하고 좋았는데 가끔 신발을 벗을 일이 생기면 주변에서 힐끔힐끔 쳐다보더라고요. 그게 싫어서 안과 밖이 따로 구분되지 않는 양말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사실 저도 지금 신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패션에도 관심이 많은 고객을 대상으로 해서 양면이 서로 다른 칼라나 무늬로 된 제품들도 광고를 통해서 접했습니다. 아 맞다. 그리고 한쪽이 지저분해졌을 때 뒤집어서 신으면 감쪽같더라고요. 아주 만족하면서 신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양말 사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자 부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다툼을 해결할 만한 것들이 더 없을까 하는 고민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바로 ‘이심전심’ 애플리케이션입니다. 남자들과 여자들의 대화법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니 같은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해도 자꾸 다투게 되는 거죠. 이 애플리케이션은 수십만 남성, 여성 고객의 대화 내용을 기반으로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초기에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지만 이제는 완성도가 많이 올라와서 웬만한 대화는 매끄럽게 번역이 가능합니다. 사용법도 무척 간단합니다. 애플리케이션 켜놓고 각자 이야기를 하면 번역된 진심이 스피커를 통해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이미 대화한 내용이 녹음만 되어 있다면 애플리케이션으로 전부 번역이 가능합니다. 현재는 한국어와 영어만 가능하지만 차차 늘려나갈 예정입니다.” 


“그렇군요. 저 같은 경우도 아내가 하는 말이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화가 났다는 건지 기분이 좋다는 건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설레발치다가 몇 번 낭패를 본 기억이 있는데요. 정말 좋은 애플리케이션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럼 혹시 이런 경우에 맞는 아이템은 혹시 없으신가요? 치약 같은 거 말이죠. ‘중간부터 짜도 된다.’, ‘아니다 뒤에서부터 짜면서 써야 한다.’ 이런 경우 말입니다.”     


“하하. 저희도 그것 때문에 제법 오랫동안 티격태격했는데 어버이날 아들이 준 선물로 완전히 해결되었습니다.”     


“궁금합니다. 어떤 선물이었나요?”


“제가 좋아하는 치약 묶음과 아내가 좋아하는 치약 묶음을 주더라고요. 취향에 맞게 각자 쓰라면서. 그 후로 휴지를 누가 많이 쓰는가 하는 그런 거 가지고 싸우는 일도 사라졌습니다. 각자 자기 휴지를 쓰거든요.”     


“그렇군요. 욕실 쪽 관련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혹시 소변보실 때 앉아서 보시나요?”     


“아닙니다. 서서 일 봅니다.”     


“그럼 사모님께서 싫어하실 텐데요. 여기저기 다 튄다고.”     


“출시를 앞두고 제가 직접 사용해 보면서 디자인을 추가로 수정 중인 제품이 하나 있습니다. 비밀 프로젝트라 간략히 설명드리자면 깔때기와 호스를 사용해서 편하게 서서 일을 보면서 변기가 지저분해지는 것을 방지하게끔 하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네. 어서 상용 제품으로 만나봤으면 좋겠습니다. 어느새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군요. 그럼 개발하신 것들을 추가로 홍보하실 수 있는 시간을 짧게 드리겠습니다.”     


“우선 지금 제일 잘 나가는 애플리케이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말이죠. 결혼한 지 시간이 좀 된 부부들이 사랑을 나눌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해서 서로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걸 한 방에 해결했습니다. 요즘 스마트 워치를 많이 사용하시죠? 거기에 저희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시면 바이오리듬, 호르몬 수치, 배란일, 스트레스 지수, 혈류량 등을 계산해서 최적의 날짜와 시간을 제공해 드립니다. 빈도수도 사전에 입력해 놓으시면 우선순위를 정해서 알람이 갑니다. 써보시면 아시겠지만 기가 막힙니다. 

두 번째는 안경과 함께 제공되는 애플리케이션인데. 안경을 쓰고 상대방을 보면 아내의 경우는 풀메이크업, 남자는 아내의 기호에 맞는 수염과 헤어스타일로 표현됩니다. 일종의 Deepfake 기술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부부 싸움한 것을 ‘홈 시스템’이 캐치를 해서 화해 분위기로 만들어주는 애플리케이션도 있고, 외출 시간 맞춰주는 것도 있습니다.” 


“외출 시간을 맞춰준다는 게 어떤 거죠?”     


“남자는 미리 준비하고 기다리면서 짜증내고, 여자는 준비 안 끝났는데 자꾸 빨리 나가자고 해서 화를 내잖아요.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애플리케이션에 외출 시간을 입력해 놓으면 남성의 준비 시작 시간과 여성이 준비해야 하는 시작 시간을 다르게 알려주게 됩니다. 대부분 비슷하게 준비를 시작하니까 끝나는 시간이 달라서 싸우더라고요.”     


“그럼 마지막으로 추가로 개발 중이신 제품이나 애플리케이션이 있을까요? 고객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것들도 제법 많다고 들었는데요.”     


“네. 쇼핑, 술, 시댁과 처가, 공감해주기와 훈수 두기, 육아와 가사 분담 등 무궁무진한 사업 영역이 있는 관계로 쉬지 않고 개발 중에 있다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청취자 중에 한 분과 전화 연결이 되어있다고 합니다. 딱 한 분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겠습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네. 안녕하십니까?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거기 앉아 있는 김주승이 아내입니다. 다른 건 아니고 전화 좀 받고 집에 좀 들어오라고 전해주세요. 계속 피하면 이혼 서류 보내겠다고도 해주시고요. 그게 다입니다. 안녕히 계세요.”



<작가의 꿈보다 해몽>

저는 부모나 형제를 선택한 적이 없습니다. 자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일하게 같이 사는 사람 중에 직접 온 마음을 다해 끌어안은 사람은 바로 아내입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가끔은 '반납'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건 뭐 일시적인 감정에서 나오는 무리한 상상임이 분명합니다.

아내만큼 저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쩌면 예전에 포기하고 마음을 비웠을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대단한 사람입니다.

아내가 주말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집을 비우면 좀 서운합니다.


그리고 글에서 나온 어플과 아이템들이 실제로 상용화된다면 한 번쯤 써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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