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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Apr 26. 2023

세 분께 사과드립니다.


  한 동안 뜸하던 스팸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김재호님 과태료고지서가 발송되었습니다. (개인정보보호 상 위반내역 전화안내 불가. 국번없이 182 또는 eFine사이트에서 확인 가능)     


  전화 안내도 불가능한 일반 전화번호로 보낸 것을 보니 더 의심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과태료를 내 본 적이 없습니다. 바닥에 침을 뱉지도 않고, 운전을 할 때도 주의를 기울이는 편입니다. 그런 저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과태료고지서가 발급되었으니 확인을 하라고? 이건 피싱(Fishing)이 분명합니다.     


  그나저나 제 이름과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아냈을까요? 경품을 준다면서 전화번호와 이름을 남기라고 해도 단호하게 거절하는 저인데도 가끔 이런 문자가 오면 정말 신기합니다.     


  링크가 걸린 듯 보이는 182를 터치하면 제 휴대전화에 있는 정보가 다 넘어가거나 스파이웨어(Spyware)가 설치되리라 여기며 바로 수신차단 및 삭제를 했습니다.

  이런 어설픈 사이버 범죄에 넘어갈 제가 아니죠.


출처 : Pixabay



  그렇게 평온했던 며칠이 흐르고 바로 어제. 

  우편으로 고지서가 하나 날아왔습니다. 내용인 즉,

  

  교통법규 위반
  벌금 4만 원 혹은 벌금 3만 원과 벌점 10점


  평일에는 아내가 주로 차를 사용하기에 아내의 위반 사실에 대해서, 차가 제 명의라는 이유로 저에게 왔겠거니 여기며 '잔소리를 다발장전'했습니다.


  그런데 날짜를 확인해 보니 토요일입니다. 혹시나 하는 의심을 품고 위반하던 당시의 상황이 찍힌 사진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평소 자주 건너 다니던 다리입니다. 차선 변경을 하면 안 되는 '실선에서 차선을 변경'했더군요. 그리고 시간대를 보니 '제'가 운전한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그곳에 '단속 카메라'가 분명히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젠장.


  단속 카메라가 없다는 이유로 종종 차선을 변경하곤 했었는데, 누군가가 자신의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을 토대로 신고를 했나 봅니다. 잠깐이지만 살짝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굳이 이렇게 시간을 들여가면서까지 정성스럽게 신고를 했을까?


  하지만 따지고 보니 사실 그분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오히려 사회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저에게 경고를 한 것입니다. 운전을 똑바로 하라고 말입니다. 억울한 마음이 사그라지고 모든 차량이 잠재적인 단속 카메라라고 여기며 더 신경 써서 운전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미리 친절하게 고지를 해줬음에도 지레 스팸 문자라고 오해해서 차단을 했던 전화번호를 다시 되돌려 놓았습니다. 문자도 살려놨습니다.


  이래저래 반성을 할 수밖에 없는 하루였네요.



  사과드립니다.

  보다 안전한 도로를 만들기 위해 불편함을 감내하셨던 '신고자'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과태료고지서를 받고 놀라지 않게 사전에 문자로 연락을 주신 해당 '관공서 담당자'님 죄송합니다.


    아! 맞다.
  무엇보다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오해를 사고 잔소리를 들을 뻔했던 '아내'님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돈으로 벌점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은 살짝 의아하군요. 그리고 고민이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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