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호 May 05. 2023

감사합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잠시 마트에 가려고 집을 나서는데 현관문 바로 앞에 박스가 하나 놓여있었다.


뭐지?



주소가 따로 적혀있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직접 배달을 온 것인 듯했다.


무엇보다 커다란 핑크색 리본으로 묶여 있는 모습이 그 내용물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교사를 업으로 삼고 있는 아내에게 온 선물일까?'


그럴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여기며 일단 마트로 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그 예쁜 리본을 풀러 보니 (아내에게 온 것이라면 다시 묶으면 그만이니까.^^) 포장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운 꽃들이 (까꿍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그 비슷한 효과음이면 적절하게) 활짝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함께 들어있던 쪽지를 확인해 보니 아내가 아니라 굳이 따지고 보자면 나를 위한 선물이었다.



막상 쪽지를 읽고 나니까 어제는 평소와 달리 윗집에서 소음이 좀 들렸던 것 같기도 하다.


딱히 내가 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냥 그러려니 이해하고 넘어가는 편이기도 하고, 사실 그렇게 거슬릴 정도로 시끄럽지도 않았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예전에도 친정어머니께서 직접 하신 떡이라며 양손 가득 가지고 내려와서는 주의를 준다고 주는데도 첫째(남자아이)가 자주 뛴다고 죄송하다고 했었다.


"괜찮습니다. 전혀 시끄럽지 않으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이렇게 대답을 했던 기억도 난다.



말없이 웃고 있는 꽃을 보면서 아이가 잠시 뛴다고 그렇게 미안할 일인가 싶기도 하고, 진짜 천방지축을 만나지 않았음에 감사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얼마 후 이사 갈 집은 탑층이라 이런 일이 없겠구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감사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나에게 준 선물이라 여기고 내 눈에 잘 띄는 서재에 두기로 했다.


그리고 아이와 잠시 외출한 아내에게 케이크를 하나 사 오라고 부탁했다.


윗집 아이가 어떤 맛을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그 고민은 아내에게 맡기기로.^^




P.S.)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신다면

아이의 케이크 취향을 댓글로 알려주세요~

지금 바로....^^

매거진의 이전글 세 분께 사과드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