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타임이 123분인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대신 14분 20초로 편집된 유튜브 영상을 보았습니다. 결말과 해석이 포함된 매우 ‘친절한’ 리뷰입니다.
주요 장면들에 유튜버의 목소리가 덧입혀져 마치 영화를 전부 본 것처럼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데 과연 저는 이 영화를 본 게 맞을까요? 내용도 다 파악했고, 핵심적인 부분은 분명히 직접 봤습니다. 누군가가 설명을 해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고, 주인공은 누구며, 명장면이라고 꼽을 만한 영상미도 중간중간 있었으며, 배경 음악도 좋았고, 무엇보다 안타까운 결말로 끝나는 듯했지만 놀랄만한 반전이 있었다.'
질문을 받습니다.
“그 영화 본 거야?”
“아니, 보지는 않았는데 본 거 같기도 하고....... 그게 좀 애매 해. 그냥 이 영화를 안다고 해야 하나?”
유튜버가 편집을 하면서 사라진 장면들은 과연 무의미한 것이었을까요? 전체적인 스토리를 파악함에 있어서 삭제가 되어도 큰 무리는 없겠지만, 감독이나 관계자 입장에서는 분명 이유가 있으니까 기획과 촬영을 하고 영화에 포함시켰을 테니 아마도 관객들이 꼭 봐주길 바라지 않았을까 추측됩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책 리뷰를 보고 나면 책을 읽지 않았음에도 ‘알게’ 됩니다.
문명의 이기로 인하여 여가 시간이 많아져야 함에도 어찌 영화 한 편,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즐길 여유가 없어졌을까요? 아니면 보고 읽어야 할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라서 같은 시간을 투자해서 더 많은 것들을 흡수하기 위한 욕심이 원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보고서와 관련하여 이런 ‘요구’가 있었습니다.
‘One Page Best, Two Page Better'
그래서 핵심이라고 생각되는 단어들만 간략히 정리해서 보고서를 제출하면 여지없이 호출이 옵니다. 작성자가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상세 내용은 파악이 힘드니까요. 그래서 그런 ‘시간 낭비’를 방지(?) 하기 위해 첨부 파일이 수십 장 붙습니다. Simple을 추구했지만 결국 Detail을 찾게 되는 거죠.
요즘 책도 안 팔리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현저히 줄었다고 합니다. 책값과 영화 관람료가 많이 올라서 부담이 된다는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한편으로는 Detail에 신경 쓰지 않는 시대적 변화도 한몫을 하지 않았을까요?
핵심만 파악하면 되지 뭐.
처음과 끝은 필요 없고 짧고 강렬한 임팩트가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기에 불편한 괴리가 발생합니다. 사소해 보이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들도 모두 제 역할이 있기 마련입니다. 일상이 항상 화려하고 상대적으로 중요한 것들로만 유지될 수는 없습니다. 빨리 많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으나, ‘현명한 선택’과 ‘온전한 집중’도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