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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Jun 14. 2023

김밥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소풍’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엄마표 김밥, 설렘, 늦잠 자다 소풍 못 가는 악몽, 저절로 눈이 떠지던 아침, 비 소식, 보물찾기, 장기자랑, 수건 돌리기, 천상병 시인 등이 떠오르네요.


  오늘 아이가 소풍을 갑니다. 이제는 '현장체험학습'이라고 명칭이 바뀌긴 했지만 소풍이 왠지 더 정감이 갑니다. ‘학습’이라는 단어가 주는 딱딱함과 본능적인 거부감 때문이겠죠.



  그런데 소풍에 대한 반응은 세대를 불문하고 비슷한 가 봅니다.


  지난주부터 아내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바로 점심 도시락 때문이죠. 계속 고민을 하기에 저는 그럴 바에 먹을 곳이 있으면 용돈 쥐어주고 사 먹으라고 하라 했습니다. 하지만 딱히 식당이나 매점도 여의치 않을뿐더러 세대가 바뀌어도 엄마의 마음은 그게 아닌 가 봅니다. 주말에 이것저것 시험 생산(?)을 해보더니 결국 꼬마 김밥으로 합의를 봤습니다.


  오늘, 아내가 새벽부터 분주합니다. 새로 밥을 하고, 햄을 볶고, 계란을 부치고, 야채를 썰고, 치즈도 꺼냅니다. 그렇게 뚝딱뚝딱거리더니 주말에 먹었던 김밥보다 한층 다채로워진 꼬마 김밥이 완성되었습니다. 저는 옆에서 잔심부름을 했죠.


일곱 꼬마 김밥과 검정 공주 (출처 : 김재호)


  그러고 나자 평소 같으면 깨우고 또 깨워야 간신히 일어나던 아이가 40분이나 일찍 벌컥 문을 열고나옵니다. 그러더니 하는 소리가 어제 설레서 늦게 잤는데, 소풍 가는 버스를 놓쳐서 혼자 운동장에 남아있는 꿈까지 꾸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것은 국룰인가 봅니다. 아니, 전 세계적인 룰일까요?)


도시락 세트 (출처 : 김재호)


  목적지는 과학관이라고 합니다. 더 더워지기 전에 자연으로 가면 좋겠으나 그건 제 욕심일 테고, 과학관에서도 충분히 즐겁게 놀고 오리라 생각됩니다. 이번 테마가 곤충이라던데 벌레라면 기겁을 하는 아이다 보니 벌써부터 사소한 걱정을 늘어놓더군요. 뱀을 목에 둘러보는 체험도 있다고 하면서 물리면 어떻게 하냐고 묻기에 같이 물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그럴 일은 없겠죠.^^;)


  모쪼록 코로나로 인해 계속 취소되다가 몇 년 만에 가는 소풍(현장체험학습)이니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 왔으면 좋겠습니다. 안전을 위해서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내 몫으로 남겨진 김밥들 (출처 : 김재호)
흥! 나도 예쁘게 먹을 테다! (출처 : 김재호)


  이제 저는 남겨진 김밥들을 먹으며 집에서 소풍을 즐겨야겠습니다. 김밥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소풍장소이고, 그날이 바로 소풍날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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