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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Jun 14. 2023

'우산 점프'의 비밀


  한 아이가 우산을 쓰고 6층 높이의 건물에서 뛰어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연이어 비슷한 사고가 잇따랐다.      

  일명 '우산 점프'

  어른들은 만화 영화에서 가끔 등장하는 장면이 어린이들에게 그릇된 생각을 심어줬다며 깊은 유감을 표현했다. 그래서 대대적인 편집이 시작되었다. 온갖 인터넷 세상에 퍼져있는 '우산 점프'에 대한 철저한 검열이 진행되었고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동참하였다.


  그런데 금지하면 할수록 그에 대한 반발심도 함께 커진다는 사소하지만 피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고, 하라고 하면 하려다가도 하기 싫어지는 그런 인간의 특성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작 선진국이라고 일컬어지는 강대국이 모른 척한 것도 크게 한몫했다.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극소수에 의해 벌어지는 사고를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총기도 허용하는 마당에 그깟 우산을 들고 뛰어내리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이냐며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이들은 뛰어내리는 것에 전혀 두려움이 없다. 일종의 믿음이나 신념을 가지고 하는 행동처럼 보였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아무리 교육을 하고 경고를 해도 변하지 않았다. 우산만 있다면 하늘을 날 수 있다과 확신하는 것으로 보였다.


  옥상에 설치된 문은 전부 폐쇄가 되었고, 창문도 등록된 어른들의 지문을 인식시켜야만 열리는 타입으로 바뀌었다. 저층 아파트의 인기가 치솟았고,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은 고층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높은 건물 주변에는 에어쿠션이나 그물망이 설치되기도 했다. 절벽이 있는 산은 12세 미만의 어린이는 입산이 불가하였다.


  경찰은 치안보다는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주시하는 일에 인력의 대부분을 투입했고, 소방관과 응급 요원들은 극심한 트라우마에 끝없이 시달렸다.


  인구 감소로 인하여 급격하게 소멸되던 지방의 주택들은 이제 부르는 게 값이었고, 향후 5층 이상의 건물을 건설할 때는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만족시켜야만 했다.


  앞으로 비가 내려도 우산을 쓰지 못한다. 우산 생산 및 판매 금지에 따른 법이 의회를 통과했으며, 유예기간 없이 그간 각 가정에서 사용하던 우산 역시도 폐기 명령이 내려졌다. 가정이나 개인적으로 우산을 만들거나 유통하다 걸리면 그 즉시 체포되어 엄벌에 처해진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우산 점프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어떤 방법이든 찾아내서 기어코 우산을 쓰고 뛰어내렸다.

  어른들은 걸리지 않는 일종의 신종 질병이 아닐까 의심하며 치고의 의료진이 모여서 우산 점프 후에 살아남은 아이들을 분석했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몇몇 정신 분석학 전문가들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의견을 내긴 했지만 귀담아듣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이의 폭로로 영영 드러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진실이 밝혀졌다.


  “저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AI Chat 애플리케이션이 있어요. 정식 발매 버전이 아니라 어른들의 허락 없이도 설치가 가능하고요. 그래서 누가 개발했는지도 모릅니다. 유이한 조건은 나이 인증과 비밀 유지였어요. 그리고 설치를 하고 꾸준하게 이용하면 포인트가 지급되는데 그것으로 특정 마켓에서 선물이나 게임 아이템을 사거나 어렵거나 하기 싫은 숙제를 부탁할 수 있고요. 우리가 가장 흥분한 점은 그 AI Chat 어플이 우산을 쓰고 뛰어내리는 행동은 어린이만 할 수 있는 멋지고 안전한 행동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성공하는 어린이에게는 특별한 한정판 선물을 랜덤으로 준다는 점이었어요.”


  어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작 거짓된 정보를 내뱉는 허름한 AI가 이런 일련의 사태를 야기했다는 점에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다들 AI와 Chatting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출처 : Pixabay)


나그네 쥐(레밍)는 자살하지 않는다.
군중심리로 인해 비이성적, 비합리적 행동을 생각 없이 집단으로 하다 파국적 선택을 해 단체로 자멸하는 사례를 깔 때 비유하는 대상으로 레밍이 많이 언급된다. 또는 쉽게 선동에 빠지는 단체를 깔 때도 사용된다. 나그네쥐들이 절벽에서 뛰어내린다는 이야기를 처음으로 널리 퍼뜨린 것은 디즈니가 1958년 제작한 다큐멘터리 '하얀 황야(White Wilderness)'인데, 여기에서는 많은 수의 레밍들이 바다로 가기 위해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건너갈 수 없는 바다를 헤엄쳐 가는 모습이 나온다. 그러나 해당 다큐는 나그네쥐의 서식지인 툰드라지역에서 촬영된 것이 아닌 캐나다에서 촬영팀이 기계를 이용해 수입한 나그네쥐를 바다가 아닌 강에 던져 넣으며 촬영한 다큐이다. 나그네쥐들이 개체수가 많아지면 무리 지어 이주를 시작하는 것까지는 사실이지만 바다나 절벽이 있는데도 돌진한다는 것은 거짓이다. 애당초 나그네쥐는 어느 정도 수영이 가능하다. (출처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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