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도 좋지만 돌아갈 힘은 남겨두길

by 김재호


가끔이지만 아이의 영혼까지는 못 데려오고 몸만 질질 끌고 산에 가는 날이 있습니다. 영혼을 집에 두고 왔으면 몸이 가벼울 만도 한데 투덜거리는 발걸음은 한 없이 늘어집니다.

하지만 몇 걸음 걷지도 않았으면서 힘들다는 말을 연신 쏟아내다 보면, 어느덧 잠잠해지고 대신 신나서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이렇게 좋아라 할 것을 왜 산에 오기까지 그 많은 유혹, 협박, 보상, 제재에 대한 협상들이 오고 갔는지 한숨이 저절로 나옵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목이 마르다고 해서 건네주면 평소 잘 마시지 않던 물도 벌컥벌컥 들이켭니다. 그 모습을 보며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 내려갈까?”

아이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얼굴로 바로 대답합니다.

“왔으면 꼭대기까지 가야지.”

엄마를 닮은 게 분명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내는 정상을 찍지 않으면 산에 오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조금 다릅니다.

“정상이나 네가 가고자 하는 곳까지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돌아가야 할 길도 염두에 둬야 해.”

“염두가 뭔데?”

주제를 벗어난 질문을 하는 것도 엄마를 닮았구나. 그래 그렇지 뭐.

“아빠 말은, 가는 것도 좋은데 돌아가야 하는 것도 미리 계산을 하면서 도전을 하라는 말이야. 힘을 다 쓰지 말고.”

“그런데 안 가봤는데 어떻게 알아? 내 힘이 어느 정도인지.”


걸려들었어. 이 녀석.


“그러니까 자주 와봐야 하는 거고, 그렇게 체력을 길러야 하는 거지.”


산길1.jpg 출처 : Pixabay


물론 저와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신 분도 많으시겠죠. 일단 목적지에 집중에서 가진 역량을 쏟아부으면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때에 따라서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러다가 결국 돌아오지 못한다면 모든 것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요? 동네 뒷산을 오르면서 무슨 그런 걱정까지 하냐 하시겠지만 평소 마음가짐에 대한 아빠의 조언입니다. 받아들이고 말고는 본인의 몫이죠.


누군가를 사랑할 때도 간이며 쓸개며 다 떼서 주는 분들이 계십니다. 마치 이별이라는 것을 밤하늘에 꽉 박혀서 영영 딸 수 없는 별 중 하나라고 여기시는 것인지. 하지만 별똥별이 떨어지고 나면 그제야 뒷수습을 합니다. 이미 줘버린 간과 쓸개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혹자는 그러실 수도 있겠네요.


“온 마음을 다하지 않는 것이 무슨 사랑이냐?”


솔직히 저는 그건 좀 이기적인 발언이 아닐까 하는 다소 부정적인 스탠스를 취합니다. 항상 이별을 고려하면서 사랑할 필요는 없지만,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인생이라는 여정을 떠나면서 목적이나 목표에 집중하다 보면 가끔 나에게 돌아오는 방법을 잊어버리거나, 좌초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일을 방지하고자 길을 떠나기 전에 돌아올 수 있을 정도의 거리인지 측정하고 나서 출발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과감한 모험가가 되기는 글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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