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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Aug 29. 2023

이상한 집


이상한 집이다.




쌓아 올린 벽돌의 색깔도 모양도


전부 제각각이라


일관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방이랍시고 나눠져는 있지만


침실도 아니고


서재도 아니고


놀이방도 아닌 것이


전문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주인이 있긴 있는데


관리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고


초보 일용직 인부처럼


실수와 허점 투성이인 것이


공신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착한 손님들이 방문해서


조악한 집을 둘러보며


여간해서는 보이지 않는


작디작은 즐거움과 특징을 찾아내


칭찬을 해주지만


영향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애초에 설계도가 없고


공사 기간도 정해 놓지 않아


피곤하다고 건너뛰고


기분이 좋은 날은 마구 쌓으니


활동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벽돌이라고 우기며


머릿속 굴러다니는 짱돌을 


699개 쌓았다고 해서


멀쩡한 집이 되지는 않을 터


겉에서 보면 아마도


돌무덤이나 돌탑에 가깝겠다.




오늘도 이렇게 700개째


돌을 쌓아 올려본다.




그럴싸한 공간이 되지 않으면 뭐


모아둔 돌로


공기놀이, 비석치기


새총 쏘기, 사방치기라도 하지 뭐.




(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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