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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Sep 06. 2023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


  오전 10시경 전화벨이 울린다. 보통 이 시간에 걸려오는 전화는 친구의 안부 전화 혹은 술약속을 잡자는 연락이 대부분이다.


  어?


  저장된 이름이 아닌 032 국번 뒤로 이어지는 번호가 낯설다.


  누구지?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호기심에 결국 파란 버튼을 밀었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김xx 아버님 되시죠?"


  아이는 아까 학교에 갔는데 순간 싸한 느낌이 몸을 훑고 지나간다.


  "네. 맞습니다."


  "김xx 담임교사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xx이가 체육 시간에........"


  다쳤나? 누구와 싸웠나? 사고가 났나? 등등 그 짧은 시간에 상상력이 온갖 불길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담임교사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다행히 큰 일은 아니었다. 늦게 일어나서 허겁지겁 아침을 먹고 등교를 했는데, 1교시가 하필 체육 시간이었고 앞뒤 재지 않고 냅따 뛰다 보니 구토를 한 것이다. 지금은 보건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데 집에 가서 쉬고 싶다고 했단다.


  작년에는 마스크 쓰고 체육 수업을 받다가 과호흡이 와서 급히 학교로 불려 간 적이 있었는데, 학교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적응이 되지 않는다. 좋은 소식은 전화로 직접 전달되지 않으니까. 교사도 분명 불편하리라.


  집에 온 아이가 이제는 괜찮다고 하는데 옷 여기저기에 토사물이 묻어있다. 누가 치웠는지 물어보니 체육 교사가 정리를 해 주었다고 한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침부터 힘드셨겠네요. 놀라기도 하셨을 테고.


  뱃속이 텅 비었는지 아이는 먹을 것을 달란다.


  밥을 먹기엔 아직 속이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서 냉동실에 보관 중이던 죽을 꺼내 준비했다.


일단 조금만 먹어보자. (출처 : 김재호)


  그런데 아까 그 전화번호로 또 전화가 울린다.


  "xx이 집에 잘 도착했나요?"


  "네."


  "아까 보건실에서 열을 쟀더니 미열이 조금 있더라고요. 그것도 말씀드리려고 전화드렸습니다."


  "네, 확인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냈다고 부모의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아이 때문에 교사 두 분이 고생을 하셨고, 반 친구들도 수업에 지장을 받았으리라.


  앞으로 1교시에 체육 수업이 있으면 적게 먹이거나 일찍 깨워야겠다. 아이, 반친구들, 교사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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