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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Sep 26. 2023

멋! 이리 오너라~

  가을은 멋을 부리기 좋은 계절입니다.


  여름은 너무 더워서, 겨울은 너무 추워서, 봄은 꽃이 너무 예뻐서 그냥 상황에 맞춰 대충 옷을 입습니다.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지금은 유지에 초점을 맞춰서 생활하는 중입니다.


  96kg에서 75kg까지 제법 힘들고 긴 여정이었기에 다시 돌아갈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요요를 피하고, 급격하게 줄어든 근육량도 회복할 겸 가볍게 근력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런 저를 보더니 아이가 느닷없이 이러더군요.


  "이제는 멋 좀 내 봐."


  그동안은 아빠의 몸매를 보면서 한숨을 쉬기 일쑤였는데, 슬슬 욕심이 생기나 봅니다. 정장도 입어 보라고 하고, 작아져서 도전조차 하지 못하던 예전 청바지를 입었더니 잘 어울린다고 칭찬도 해줍니다.


  그런 딸에게 선물을 받았습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옷을 선물해 주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잊어버렸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진짜로 예쁜 옷을 한 벌 사주더군요.

정말 마음에 든다. 잘 입을게~ 고마워~ (출처 : 김재호)


  뒤돌아보면 겉모습을 과하게 꾸미던 때도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고가의 청바지를 사기 위해 쫄쫄 굶어가면서 저녁 식사 값을 모았었고, 대학교 때는 당시 유행하는 스타일의 보세 옷을 구입해서 온갖 치장을 했었죠. 시스루 셔츠에 재킷을 걸치고, 담배 케이스와 지포 라이터를 가지고 다녔으며, 노란색 스프레이를 머리카락에 뿌렸습니다. 아쉽게도 사진이 없으니 어떤 상태였을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패션에 관심이 뚝 끊어진 이유는 군대였습니다. 모두가 같은 보급품을 입어야만 했던 그 시간이 저를 완전히 변하게 만들더군요. 전역 후에는 그냥 무난하고 평범한 분위기의 튀지 않는 옷들로 옷장을 채웠습니다. 직장 생활할 때도 딱히 복장 규제가 없었기에 편한 면바지나 청바지에 운동화를 매칭(matching)시켰고요.


  어느덧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여름 동안 뙤약볕과 땀냄새로 고생한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는 이제 좀 쉬라고 하고, 계절에 어울릴만한 복장을 준비해 봅니다.


길에서 이렇게 입은 사람을 보시면....ㅎㅎ (출처 : 김재호)


남들이 알아주고 몰라주고는 의미가 없습니다.


멋에 끌려다닐 생각도 전혀 없습니다.


이제는 멋을 '부리고' 다닐 시기인가 봅니다.


멋! 이리 오너라~ 너 좀 부려 먹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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