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해지는 샘물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나이가 세 살씩 어려지는

그런 신비로운 샘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다.

아마도 설화나 동화책을 통해서

접하지 않았을까 싶다.

갑자기 우리 집에 똑똑해지는 샘물이 생겼다.

얼마큼 똑똑해지는지 명기되지는 않았지만

뇌에 영향을 미치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음용하지는 말라는

주의사항이 적혀있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부작용도 있긴 한가보다.

나는 오늘 세 모금을 마셨는데

효과를 보기에는 부족했는지

아직 어떠한 변화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한 모금 더 가득 입에 머금었다.

스티커를 옮겨 붙이면

다른 물에도 영험한 힘이 깃드는 것일까?

아니면 이 물통에만 적용되는 것일까?

아이가 돌아오면 물어봐야겠다.

'멋 부리는 아빠'로는 부족해서

이젠 '똑똑한 아빠' 프로젝트 중인가 보다.

내가 마시는 생수통에 아이가 붙여 놓은 메모지 (출처 : 김재호)

잠깐.

이게 정말로 똑똑해지는 샘물이라면

혼자만 마셔야 하나

아니면 비싼 값에 팔아야 하나?

고작 이런 문제도 풀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조금 더 들이켜도 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