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호 Oct 31. 2023

밥통의 칭찬

  딸의 생일 전날. 외식을 할까 하는 의도로 먹고 싶은 음식을 물어보니 집에서 연어 초밥을 배 터지게 먹고 싶다고 한다. 마라탕과 탕후루는 이제 졸업한 것일까? 아내가 퇴근길에 고스x코에 들러 연어를 구입해 왔다.


때깔이 아주 좋구나. 츄릅~ (출처 : 김재호)


  그리고 딸의 생일. 나는 밥을 담당했다. 진밥도 고두밥도 초밥에 어울리지 않는다. 한 방울 한 방울 노벨상이 걸린 중차대한 화학실험이라도 하듯 물 조절을 한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


 응??


  취사가 끝났다는 친절한 목소리에 이어 '뻐꾸기'가 운다. 산 지 좀 되었지만 쌀밥을 자제하는 나와 아내 때문에 사용이 뜸해서였을까? 처음 들어보는 뻐꾸기 소리에 당황했다. 검색을 해 보니 밥이 잘 되었을 때 나는 소리란다. 역시! 나의 정성과 섬세함이 통했나 보군. 아내와 아이에게 자랑을 했다.


특별히 다시마도. 향긋~ (출처 : 김재호)


  "아니야, 그거 그냥 랜덤으로 나온다고 하던데?"


  아내가 엉뚱한 소리를 한다. 그럴 리가. 나의 공적에 흠집을 내기 위한 못된 심보라고 여기며 다시 꼼꼼하게 검색 시작. 직접 제조사에 전화해서 상담원에게 문의했다는 글은 아내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젠장. 역시 인터넷에 있다고 다 믿으면 안 되는 거였어.


  그렇게 수긍을 하고 입을 다물고 있자니 뭔가 께름칙하다. 진짜 그 사람은 굳이 전화까지 해 가면서 진실을 확인했을까? 그리고 정말로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가끔 뻐꾸기 소리가 나도록 설계를 했다고? 그런 의미 없는 짓을 했을 리가 없잖아. 밥이 엉망이어도 뻐꾹뻐꾹 한다면 그건 놀리는 거나 마찬가지 같은데. 흠....... 내가 전화를 해서 물어봐야 하나? 아니다. 내가 물을 잘 맞춘 거다. 그래서 밥통이 나에게 뻐꾸기를 날린 거다. 밥 상태를 보면 의심의 여지가 없잖아.


  잠깐!!!!

  소위 '만물의 영장'이라면서 잘난 척하던 내가 고작 '밥통' 따위를 만족시키고, '참 잘했어요~'라는 칭찬이나 받아보겠다고 이러는 중이야?


모양은 조금 들쑥날쑥하지만 맛은 일정하게 좋구나. (출처 : 김재호)

  쳇!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고 그 사이에 아이가 만들어둔 초밥이나 하나 먹어보자.


  아! 그전에 생일 축하한다. 딸~

매거진의 이전글 똑똑해지는 샘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