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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Nov 23. 2023

차가운 물수건

 지난 토요일부터 증상이 보이더니 결국 독감 판정을 받은 아이. 결국 이번 주 내내 학교도 학원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 계속 회복 중이다. 콧물, 코막힘, 기침 등도 안쓰럽지만 열이 나서 축 늘어질 때면 가장 마음이 쓰인다.


 나도 아이와 비슷한 나이일 때 열감기를 앓았던 적이 많다. 집에 변변한 체온기가 없었으니 정확한 체온은 알 길이 없었고, 웬만한 감기 정도로는 결석은커녕 조퇴도 하기 힘든 시절이었다. 그렇다 보니 학교에서 돌아오면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이불 속에 들어가 있는 게 전부였다. 집안 형편상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일터로 나가셨고, 동생은 동생대로 어렸으니 혼자서 버티는 수밖에. 간신히 눈을 뜨면 천장과 벽이 일렁거리며 나를 향해 다가왔다. 벽지의 무늬는 줄줄 흘러내리고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도 들렸다. 조금이나마 눈에 힘을 줄라치면 까만 점들이 크기를 바꿔가며 방안을 가득 채웠고. 아마도 고열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그렇게 반은 기절한 상태로 견디고 있다 보면, 퇴근하시자마자 한눈에 내 상태를 파악하신 어머니가 차가운 물수건을 이마에 급히 얹어주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미지근해지니 연신 수건을 뒤집어 주시거나 새로 적셔주시면서. 그렇게 체온이 조금 떨어지면 가루약을 챙겨 먹이셨는데 그 약이 어찌나 쓰던지 바로 토하기가 일쑤였다. 하지만 그 정도로 경황이 없던 와중에도 어머니가 밤새도록 수건을 갈아주셨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다음날 어머니는 평소보다 훨씬 피곤해하시고 힘들어하셨으니까.


 아이의 열이 39도에서 계속 머무른다. 해열제도 번갈아 먹였는데 별 소용이 없다. 예전에 붙이던 해열패치가 있는지 찾아보니 그것도 보이지 않는다.


빨리 열이 내리길. (출처 : 김재호)

 잠시 그날의 엄마가 되어본다. 


 '어서 털고 일어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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