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들키기 싫어 밤을 기다리다
어스름 달빛 아래 피어난 꽃.
검게 숨죽인 바다를 마주하자
길 잃은 자가 반갑다.
오고 가는 바람결 속삭이는 이야기
혹여 나 찾는 소식 섞이지 않았을지
숨죽이고 가만히 귀 기울인다.
눈물 들키기 싫어 비를 기다리다
부서지는 물보라 위 피어난 꽃.
돌아가지 못하는 파도를 마주하자
망각은 두렵지 않다.
전설 속 세이렌이 부르는 노래
혹여 숨겨둔 마음 빼앗기지 않을까
꼿꼿하게 몸을 세워 먼바다를 가리킨다.
그리움 들키기 싫어 첫눈 오길 기다리다
온 세상 날리는 낙엽 사이 피어난 꽃.
바사삭 발자국 소리를 마주하자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함께 했던 계절이 두고 가는 향기
혹여 그리운 님 얼굴 떠오를까
거친 물결 위 흔적을 더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