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by 김재호

외로움 들키기 싫어 밤을 기다리다

어스름 달빛 아래 피어난 꽃.

검게 숨죽인 바다를 마주하자

길 잃은 자가 반갑다.

오고 가는 바람결 속삭이는 이야기

혹여 나 찾는 소식 섞이지 않았을지

숨죽이고 가만히 귀 기울인다.


눈물 들키기 싫어 비를 기다리다

부서지는 물보라 위 피어난 꽃.

돌아가지 못하는 파도를 마주하자

망각은 두렵지 않다.

전설 속 세이렌이 부르는 노래

혹여 숨겨둔 마음 빼앗기지 않을까

꼿꼿하게 몸을 세워 먼바다를 가리킨다.


그리움 들키기 싫어 첫눈 오길 기다리다

온 세상 날리는 낙엽 사이 피어난 꽃.

바사삭 발자국 소리를 마주하자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함께 했던 계절이 두고 가는 향기

혹여 그리운 님 얼굴 떠오를까

거친 물결 위 흔적을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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