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호 Nov 04. 2023

5초

하루 중 5초를 할애하여

같은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며

일상의 작은 위안을 삼은 사람이 있었다.


그런 그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한 달을 찍고

반년을 찍고

일 년을 찍다 보니

사진 촬영은 어느새 그의 취미가 되었다.


동네 사람들이 오다가다 가끔 힐끗거릴 뿐 

여전히 그의 존재감은 없었다.


하지만 평범하기만 했던 공간이

보잘것없던 5초의 시간이

수백 수천 장의 사진 속으로 스며드는 중이었다.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

흑백이 칼라로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세상이 바뀌는 중에도

그의 5초는 항상 같은 곳을 향해 멈추었다.


그러자 그를 피사체로 삼은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가 찍은 사진 하나하나는 

그저 얇은 찰나에 불가했으나

그것들이 한데 모이자

새로운 시간의 줄기로 뻗어나갔다.

창조주의 영역을 몰래 엿보듯 경의로웠다.


그의 의중과는 무관하게 유명 작가가 되었다.

그 장소의 목적과는 상관없이 명소가 되었다.


순간이 기록이 되고

기록이 작품이 되고

작품은 역사로 남았다.


그와 그곳은 오래오래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담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