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뭘 먹인 거야? 대답 안 해?!"
아빠의 화난 얼굴과 커진 목소리에 주눅 든 마음이 움추러든다. 참으려고 했는데 눈물이 자꾸만 스며 나온다.
"뭘 잘했다고 울어? 일단 병원에 데려가게 빨리 챙겨."
누워서 꼼짝도 하지 못하는 '마미'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들어 올린 후 작은 상자에 집어넣었다. 부풀어 오른 배가 움직이는 것을 보니 다행히 숨은 붙어있다.
의사 선생님도 물었다. 뭘 먹였냐고. 난 또다시 입을 다물었다. 아빠의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아 눈물을 닦는 척했다. 엑스레이부터 찍어야겠다며 의사 선생님이 '마미'를 데리고 가셨다.
"뱃속에 뭔가 가득 찼는데 하루 이틀 쌓인 게 아닌 거 같습니다. 입이나 항문으로는 힘들 것 같고 아무래도 절개를 해서 꺼내야겠네요. 수술 진행할까요?"
"아빠, 꼭 살려주셔야 해요. 네?"
아빠는 수술동의서를 작성하고 제출했다.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마미'를 위해 기도를 했다. 제발 건강하게 다시 돌아오길.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졸라서 샀던 햄스터 '마미'를 이렇게 잃을 수는 없었다.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게 잔뜩 나왔네요. 보시겠어요?"
의사 선생님과 아빠는 회색빛이 도는 이상한 물체를 유심히 살피셨다.
"이제는 말해 봐. 아빠 화내지 않을게. 응? 너도 이제 5학년이잖아. 언제까지 그렇게 울기만 할 거야?"
이렇게 된 이상 계속 입을 닫고 있을 수는 없었다.
"예전에 엄마 병원에 계실 때 아빠가 동화책 읽어줬잖아요."
"응?"
"손톱이랑 발톱을 쥐가 먹으면 그 사람으로 변신한다는......."
"아. 그거? 그래서?"
"몰래 모았었어요. 엄마 손톱 발톱. 돌아가시기 전에."
"그걸 먹였다는 거야?"
"엄마 보고 싶어서요.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