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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칼 세이건, 우주는 우리 이야기다

1. 과학, 흔들리는 진리를 따라

by 홍종원
칼 세이건.png


수현이 창밖 하늘을 한참 바라보다가 물었다.
"교수님, 칼 세이건이라는 사람... 과학자이자 작가라는 건 알지만, 왜 이렇게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걸까요?"


최 교수가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과학을 '지식'이 아니라 '이야기'로 풀어냈기 때문일 겁니다.
그는 사실을 전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경외심을 불러일으켰죠."


칼 세이건.
천문학자, 행성과학자, 그리고 대중 과학 커뮤니케이터.
그의 대표작 『코스모스』는 방대한 우주 이야기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냈다.
그 방송과 책을 통해 전 세계 수억 명이 처음으로 우주를 '가까이' 느꼈다.


세이건은 과학을 단순한 데이터와 공식을 넘어선,
인간의 감정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언어로 만들었다.
그에게 과학은 차가운 도구가 아니라,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하는 창이었다.


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유명한 '우리는 별의 먼지로 만들어졌다'는 말, 그게 세이건이 한 거죠?"


"맞아요.
그 한 문장은 과학적 사실이면서 동시에 시입니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우리가 가진 몸, 모든 원소는 오래전 별이 불타고, 폭발하고, 흩어진 뒤 만들어진 것이죠.
세이건은 이런 사실을 그냥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왜 겸손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했습니다."


그의 또 다른 명작, 『창백한 푸른 점』은 태양계 끝에서 촬영한 지구 사진 한 장에서 시작한다.
우주 암흑 속에 찍힌, 티끌보다 작은 점.
그는 그 사진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곳은 집이다.
이곳은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가 존재한 작은 푸른 점이다."


이 짧은 문장에 인류 전체의 역사와,
우리가 이 행성을 대하는 태도가 담겨 있었다.
과학이 줄 수 있는 가장 깊은 성찰이었다.


수현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교수님, 과학이 이렇게 따뜻하게 다가올 줄은 몰랐어요."


"그게 세이건의 힘이죠.
그는 과학을 지식 축적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 보았습니다.
과학은 인간의 호기심과 겸손, 그리고 상상력을 담은 가장 인간적인 기록이라고 믿었어요."


그래서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세이건의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코스모스』에서 우주와 생명의 장대한 이야기를 만나고,
『창백한 푸른 점』에서 인간의 위치와 책임을 되새긴다면,
과학은 더 이상 단순한 전공과목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야기로 다가올 것이다.


수현이 조용히 말했다.
"결국 우주 이야기를 하는 건, 우리 이야기를 하는 거군요."


최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우리는 별에서 왔고, 이 작은 점 위에서 살아가고 있죠.
과학은 그 사실을 잊지 않게 해주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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