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학, 흔들리는 진리를 따라
수현이 창밖 하늘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교수님, 양자역학이 미시 세계의 불확실성을 말한다면... 거시 세계에도 그런 게 있나요?"
최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있죠. 바로 카오스 이론입니다.
거시 세계에서도 완벽한 예측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요."
카오스 이론은 이렇게 말한다.
아주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난 변화를 만든다.
초기에 0.0001 값 차이만 나도, 얼마 안 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
이 현상은 1960년대,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의 실험에서 처음 뚜렷이 드러났다.
그는 컴퓨터로 날씨를 시뮬레이션하다가,
처음 입력했던 수치를 조금 단순화해 다시 넣어보았다.
소수점 여섯째 자리까지 있던 값을 세 자리까지만 입력한 것이다.
그렇게 미세한 차이였는데, 시뮬레이션은 전혀 다른 날씨를 보여줬다.
이 경험이 바로 '조기 조건에 대한 민감성'의 유명한 사례다.
가장 유명한 비유가 ‘나비효과’다.
브라질에서 나비가 한 번 날갯짓을 하면,
그 작은 변화가 대기 흐름을 타고 증폭돼
한 달 뒤 텍사스에 폭풍우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나비가 폭풍을 만드는 건 아니지만,
로렌츠가 보여준 건 그만큼 복잡한 시스템이 민감하다는 사실이었다.
수현이 눈을 크게 떴다.
“정말 나비가 폭풍을 만들 수 있다는 건가요?”
“그건 비유지만, 핵심은 맞아요.
날씨나 기후, 경제, 생명 시스템 같은 복잡한 체계는
초기 조건에 너무 민감해서,
아무리 정밀하게 측정해도
아주 작은 오차가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나게 커집니다.”
날씨 예보를 떠올려 보자.
오늘 기온과 습도, 바람의 방향을 모두 측정해도,
일주일 후의 날씨를 완벽히 맞히긴 어렵다.
계산이 틀려서가 아니다.
처음에 측정한 값의 작은 오차가,
시뮬레이션이 진행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수현이 물었다.
“그럼 카오스 이론은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카오스 이론은 ‘결정론적’ 시스템에서도
사실상 예측 불가능한 미래가 존재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즉 수학적으로는 규칙이 있지만,
초기 조건에 극도로 민감해서
우리가 실용적으로는 알 수 없는 세계가 있다는 거죠.”
경제도 마찬가지다.
주식 시장의 가격 변동, 국제 환율, 경기 사이클.
모두 수많은 변수와 복잡한 상호작용 속에서 움직인다.
때로는 한 나라의 금리 인상, 한 기업의 부도,
혹은 한 정치인의 발언 한 마디가 연쇄 반응을 일으켜
세계 시장 전체를 흔들기도 한다.
생명 시스템도 예외가 아니다.
생태계의 균형은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다.
숲에서 작은 곤충 한 종이 사라지면,
그 곤충을 먹던 새가 줄고,
그 새가 잡아먹던 해충이 늘어
농작물 수확량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작은 변화가 시간과 공간을 건너뛰어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수현이 조용히 말했다.
“결국 세상은, 미시 세계에서는 양자역학이,
거시 세계에서는 카오스가 불확실성을 만든다는 거군요.”
최 교수가 미소를 지었다.
“맞아요.
우리가 사는 세계는 예측의 세계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다루는 세계입니다.
그래서 더 흥미롭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