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호랑이순례길
5장. 호랑이순례길
쇠창살로 둘러쌓인 독특한 길이 생긴지 한달여간 관광객들은 끊임없이 찾아왔다. 늦가을이라는 계절적 특성 으로 인해 단풍구경을 하려는 사람들까지 몰리며 알록달록한 나무만큼이나 길 역시 알록달록하게 물들었다. 그 길의 공식적인 이름은 그늘산둘레길이었지만 사람들은 모두 호랑이순례길이라 부르며 마치 성지순례를 하듯 찾아왔다. 그러나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관광객들 사이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호랑이도 없는데 사람 끌려고 관광지 만든 거같아’,‘난 벌써 몇 번째 왔는데 호랑이 그림자도 못봤어.’. 사람들이 호랑이가 보이지 않는다며 불평하기 시작할 무렵 윤성도 이상함을 느끼고 다시 산에 오를 계획을 짜고 있었다.
윤성은 몇 주째 뒤척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찾아오고 있었고, 호랑이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그늘산둘레길의 끝, 굴 앞에선 여전히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호랑이야 나와봐!”,“진짜 사는 거 맞아?”. 어른들은 그 뒤에서 셀카를 찍거나, 팔짱을 끼고 창살에 기대 쉬었다.
굴은 침묵했다.
지독하게 깊은 침묵이었다. 예전엔 분명히 뭔가 있었다. 정 노인의 마당에 나타났던 발자국, 백구의 울음, 멀리서 들려오던 그 저음의 포효. 그 모든 기척이 사라진 지금, 산은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 보였다.
윤성은 그 느낌이 꺼림칙했다.
호랑이가 떠났다면, 어디로? 죽었다면, 왜? 아니면, 정말 아직 그 안에 살아 있는 걸까?
그는 장비를 꾸렸다. 도시에서 조달한 촬영장비 대신, 카메라도, 조명도, 드론도 없었다. 대신 그는 쌍안경과 야간투시경, 낡은 수첩 한 권, 그리고 생존 키트 몇 가지를 챙겼다.
손도끼와 응급약, 소형 위성 GPS, 은박 비상담요, 그리고 오래된 군용 방수포 한 장.
불을 피울 도구도 넣었다. 그 외엔 물과 행동식 약간.
등짐은 가벼웠지만, 이 길이 가벼운 여정이 아니라는 건 그 자신도 알고 있었다.
“이 장비로 충분하겠어?”
마침 그의 사무실에 들렸던 이장이 물었다.
윤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조용히 다녀올 거에요. 아무도 몰라도 돼요.”
그는 그것이 무모해보일 수 있단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를 끌어당기는 것은 계획이 아니라 기척이었다.
이번엔 기록자가 아니다. 그는 탐색자로, 그리고 목격자로 산에 들어간다.
산 입구에 섰을 때, 윤성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이 길은 처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