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절망
병실의 새벽은 유난히 길었다.
하얀 불빛은 희미하게 켜져 있었고, 기계의 규칙적인 소리만 공간을 채웠다. 다른 환자들의 숨소리와 간헐적인 신음이 들릴 뿐, 세상은 고요했다.
그 시간만 되면 잠은 멀리 달아났다. 눈을 감아도, 생각은 오히려 또렷해졌다. 몸은 여전히 말을 듣지 않았고, 머릿속에는 ‘이제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낮에는 간호사나 치료사, 혹은 면회 온 가족들이 있어 혼란 속에서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새벽은 달랐다. 아무도 곁에 없는 그 시간, 나는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
어둠 속에서 스스로에게 자꾸 질문이 흘러나왔다.
‘나는 언제쯤 걸을 수 있을까?’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상태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나는 과연 견딜 수 있을까?’
대답 없는 질문들이 마음을 눌렀다. 기계음은 변함없이 울렸고, 창밖은 아직도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새벽은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시간의 절망은 소리 없이 찾아와 마음 한쪽에 깊게 내려앉았다. 누군가에게 말할 수 없는 고요한 무게였다. 그리고 나는 그 무게를 안고, 다시 한 번 아침이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길고긴 새벽을 인지하기 시작할 무렵 대학병원에서 퇴원 후 재활병원으로 전원했고, 갑자기 바뀐 환경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 때 즈음 깊은 물속에 잠수해 있다가 나온 것처럼 나는 길었던 섬망에서 깨어났고, 세상을 똑바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온존한 정신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세상은 너무나 가혹했다. 온몸이 낯설었다. 내가 나를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그 자리에 누워 있으면서, 나는 두 가지 생각만을 번갈아 했다.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까, 아니면 이렇게 살아남은 것이 고통일까.
엄마는 매일같이 병원으로 찾아왔다. 아무 말 없이 손만 잡아주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때는 말 대신 체온이 위로였다. 가족의 존재가, 내가 여전히 세상에 속해 있음을 알려주는 유일한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