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고요한 절망

고요한 절망

by Everett Glenn Shin

병실의 새벽은 유난히 길었다.
하얀 불빛은 희미하게 켜져 있었고, 기계의 규칙적인 소리만 공간을 채웠다. 다른 환자들의 숨소리와 간헐적인 신음이 들릴 뿐, 세상은 고요했다.

그 시간만 되면 잠은 멀리 달아났다. 눈을 감아도, 생각은 오히려 또렷해졌다. 몸은 여전히 말을 듣지 않았고, 머릿속에는 ‘이제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낮에는 간호사나 치료사, 혹은 면회 온 가족들이 있어 혼란 속에서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새벽은 달랐다. 아무도 곁에 없는 그 시간, 나는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

어둠 속에서 스스로에게 자꾸 질문이 흘러나왔다.
‘나는 언제쯤 걸을 수 있을까?’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상태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나는 과연 견딜 수 있을까?’

대답 없는 질문들이 마음을 눌렀다. 기계음은 변함없이 울렸고, 창밖은 아직도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새벽은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시간의 절망은 소리 없이 찾아와 마음 한쪽에 깊게 내려앉았다. 누군가에게 말할 수 없는 고요한 무게였다. 그리고 나는 그 무게를 안고, 다시 한 번 아침이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길고긴 새벽을 인지하기 시작할 무렵 대학병원에서 퇴원 후 재활병원으로 전원했고, 갑자기 바뀐 환경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 때 즈음 깊은 물속에 잠수해 있다가 나온 것처럼 나는 길었던 섬망에서 깨어났고, 세상을 똑바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온존한 정신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세상은 너무나 가혹했다. 온몸이 낯설었다. 내가 나를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그 자리에 누워 있으면서, 나는 두 가지 생각만을 번갈아 했다.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까, 아니면 이렇게 살아남은 것이 고통일까.

엄마는 매일같이 병원으로 찾아왔다. 아무 말 없이 손만 잡아주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때는 말 대신 체온이 위로였다. 가족의 존재가, 내가 여전히 세상에 속해 있음을 알려주는 유일한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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