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칸
아마 대다수의 내 또래들은 일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만화 프로그램을 보았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제목은 ‘디즈니 만화동산’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목 그대로 디즈니의 다양한 애니메이션들을 돌아가며 방영하는 프로그램이었고,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했던 나는 그중에서도
‘티몬과 품바’를 유난히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주인공인 미어캣 티몬과 혹멧돼지 품바가 아닌
다른 동물이 나에게는 더 인상적이었던 듯하다.
책을 넘기다가 이 새의 그림을 보는 순간
잊혀져가던 추억 속 한 페이지에서
그 새의 모습이 그 색깔만큼이나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그 새의 이름은 ‘투칸’.
정글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티몬과 품바를 골탕 먹이던 장난꾸러기 새,
화면 속에서 그 커다란 부리를 흔들며
어딘가로 종종걸음 치듯 사라지던 모습이
기억 깊은 곳에서 갑자기 다시 빛을 얻는 느낌이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현실에서는 볼 수 없던 그 색과 부리를 보며
정글이라는 세계가 정말 존재할 것만 같았다.
티몬과 품바가 떠들어대던 그 정글 한 모퉁이에서
투칸은 늘 짧게 등장하고 사라졌지만
이상하게도 그 작은 순간들이
나의 어린 날에는 오래 머물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