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펭귄

by Everett Glenn Shin

모두가 알다시피 펭귄의 별명은 ‘남극의 신사’이다.
하지만 실제로 펭귄이 걷는 모습은 그 별명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움직이는 그 모습은 신사의 기품 있고 힘찬 걸음과는 거리가 멀다.

펭귄은 멋지게 걷지 않는다.
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일지라도,

그들은 자신의 몸이 허락하는 가장 정확한 방식으로 이동한다.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양옆으로 살짝 몸을 흔들고, 무게중심을 옮기며 천천히 한 걸음을 딛는다.
그 계산된 뒤뚱거림이야말로 펭귄이 살아남는 방식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비슷하다.
누군가는 보기엔 어설퍼 보여도,
어떤 걸음은 그 사람에게 주어진 몸과 마음의 조건에서 가능한 최선의 형태다.


단지 남들이 보는 멋진 걸음이 아닐 뿐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펭귄을 볼 때마다 조금 안도한다.
걷는 모양이 곱지 않아도 괜찮다고,
흔들리면서도 앞으로 갈 수 있다고,
몸이 기억하는 방식대로 균형을 잡으면 된다고

오늘 내가 그린 펭귄도 그렇다.
종이에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서 있는 작은 몸은
어설픈 듯 보이지만, 그만의 방식으로 중심을 잡고 있다.
밑그림의 흔들림까지 포함해서,
그 펭귄은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균형을 스스로 찾아가는 중이다.

아마 나도 비슷할 것이다.
걸음이 매끄럽지 않아도, 자세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도
오늘의 나에게 가장 알맞은 방식으로
조금씩 무게를 옮기며 하루를 버티는 것.
그게 지금의 내 걸음이고, 내가 가진 최선이다.

그래서 이 펭귄을 그려놓고 보니
묘하게 위로가 된다.
보기 좋은 걸음은 아니어도,
넘어지지 않는 걸음이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ᅟ긴

이전 06화기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