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달팽이

by Everett Glenn Shin

초등학교 때 나는 잠시 강원도에 살았던 적이 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교문 근처 회향목 앞에 아이들이 모여 나무 안을 들여다보며 열심히 무언가를 잡고 있었다. 처음엔 멀리서 구경만 하던 나도 곧 그 무리 속 하나가 되어, 달팽이를 집어 들기 바빴다. 도망가지도 않고, 설령 도망친다 해도 느리디 느린 달팽이를 잡는 건 어린아이에게도 너무 쉬운 일이었다.

금세 두 손 가득 모을 만큼 잡아 근처 분식집에서 종이컵을 얻어오고, 나뭇잎 몇 장을 넣어 ‘집’이라 이름 붙인 채 들뜬 마음으로 집으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설마 도망가겠어?’ 하는 생각으로 책상 위에 종이컵을 올려두고 다른 일을 하다가 돌아왔을 때에

달팽이 몇 마리가 종이컵 밖으로 기어 나와 책상 위를 느릿하게 가로지르고 있었다.

달팽이가조용하고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던 나는 책상 위에 달팽이들을 나란히 올려두고 작은 경주를 시켜보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경주였지만, 그 누구도 멈추지 않았다. 달팽이들은 자기 속도로, 쉬지 않고 꿈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 그림을 그리다 보니 그때의 꿈틀거림이 떠올랐다.
그리고 문득, 지금 재활 중인 내 모습도 그들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느려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 느린 움직임이야말로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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